<고요한 우연>은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이수현의 일상을 중심으로 주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수현은 자기가 너무 심심해서 지겹고 싫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답답할 정도로 다른 이들을 배려해 주는 성격도 그렇고. 수현의 선의는 때로는 매몰차게 거절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수현은 우연과 같은 반이지만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연이 자신의 꿈 속에 등장한다. 그때부터 관심과 호기심이 생겨나 우연을 관찰하게 되고 가짜 계정으로 sns 친구까지 된다. 온라인에서는 더없이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친구로 지내고, 현실에선 말 한마디 나눌 일이 없는 어색한 관계로 지내며서 수현은 점점 괴로워진다. 그렇게 가짜 계정으로 맺은 관계의 폭은 더 커져가는데, 호기심으로 시작된 거짓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는 어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과 가면을 쓴 sns 속 일상이 뒤섞여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제목 속 '고요'와 '우연'은 같은 반에 있는 아이들 이름이기도 하고, 우연이라는 아이의 있는 듯 없는 듯한 특성을 표현한 문구이기도 하다. '고요한 우연'은 '고요한 수현'이 될 수도 '고요한 아무개'가 될 수도 있다. 고요함은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어떤 바람이 불지 어떤 폭풍이 일어날지 모른다. 고요한 누군가의 마음에 있는 작은 씨앗, 따듯한 햇볕, 불같은 열정을 기다려주고 응원해 주고 싶다.
나는 그저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모래알이 되고 싶은 것뿐이다. 신발 끈을 안 풀리게 묶는다거나 지도가 필요 없을 만큼 방향감각이 좋다거나 가위바위보 승률이 유난히 높다거나, 이렇게 아주 사소하게 반짝이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P104
"사람들은 달을 올려다본다고만 생각하지. 달이 지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달인데 말이야."-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