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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님의 서재
오늘 병원가는 길에 전철을 타고 그동안 게을리했던 북플 이웃 순회를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북플에 정신팔린 채 빈자리에 앉았다.
그순간 나도 모르게 5~60대는 되어보이는 아저씨의 발을 툭건드리며 옆자리에 앉았다.
살짝 건드린 것인데다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라, 하고 있던 북플을 계속했다.

잠시후, 아저씨는 내 얼굴을 보고 만만하게 생겼는지, 착해보였는지 판단을 한 것일까. 왜 즉시 반응을 안하고 뜸을 들인걸까.

‘학생‘이라 불렀는지, ‘자네‘라고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툭쳐놓고 발에 감각이 없습니까?˝

나는 아차다 싶었지만, 건성으로 ˝아,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북플을 재개했다.

괜한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이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북플 페이지를 넘기며 곰곰이 생각했다.

한 번만 더 투덜거리면 말대꾸해야지 하고 말이다.

‘내가 일부러 건드린 것도 아니고, 공공장소에서 다리 뻗고 있는건 잘한 일입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도착역에서 하차했다.

방어기제가 떠올랐다. 1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기억으로 무차별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어른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어르신의 경우 말한마디에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있다. ˝발에 감각이 없냐니?˝ 기분나쁘다는 표현치고 조금 심한건 아닌가?

내가 조폭같이 무섭게 생겼거나 덩치가 컸다면, 과연 동일한 상황에서도 말을 건넬수 있을까?
꼭 강해보이는 적한테는 깨갱거리면서 약자한테는 힘을 휘두르는 미성숙한 어른이 있다.

오늘의 단편적인 일만 가지고 그 어르신의 생각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도 보수적인 사람에 대한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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