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마지막 키스
















한때는 사주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접었다.

그래도 '나'를 말해준다는 일주에 대해서는 그냥 외우기만 하면 되겠구나, 했었는데, 이 글자와 내 사주 팔자 속의 글자들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를 넘어, 서로 어떻게 합해지고 충돌하느냐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어서 하.. 골치아프다, 하고 공부하기를 포기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연,월,일,시에 해당하는 천간(위글자)과 지지(아래글자)가 있고, 이렇게가 나의 사주 여덟자가 된다. 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의 성질을 말해주는 것은 일주 이고, 위에서 보는 것처럼 나는 '무술'일주이다. 천간 열글자는 목,화,토,금,수 다섯가지 성질로 나뉘는데, 노랑색 칠해진 나의 천간 '무'는 토, 흙을 뜻한다.

내 경우엔 무술 일주이며 무, 무, 술 이 흙을 말하는 토, 연주(태어난 해)가 모두 화, 시주는 모두 수, 그리고 월주 하나가 금이다. 그러니 오행중에 네 가지는 있고, 목은 전혀 없는 거다. 목은 관을 뜻하고 여성에게 관이란 남자를 뜻하는거라, 오래전 내 사주를 들이밀면 단순하게 '남자 없는 사주' 정도라고 해석했을텐데, 사주 해석도 시간에 따라 변하고 또 사람에 따라서도 변하기 마련이라 지금은 이런 사주를 대체적으로 남자가 무한대인 사주라던가,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사주 라고들 한다. 실제로 내 사주를 들이밀었을 때 해석하는 사람들 모두 다 뜻이 비슷하지만 표현이 달랐는데, 가장 인상깊은 건 '너에게 일순위는 너 자신이다' 라는 거였다. 실제로 사주에서 '비견'은 독립성, 자기 주장 등의 뜻인데, 내 사주에는 비견이 세 개..


내 경우 일주에서 무와 술이 같은색, 즉 같은 오행, 토이다. 이럴 경우 '간여지동' 이라고 하는데, 간여지동은 고집이 세다는 걸 뜻하고(그러니까 딱 이렇게만 말하는건 지나치게 단순하고 단정적이다), 내 사주에는 심지어 간여지동도 세 개다. 대환장 .. 연주, 일주, 시주 모두가 간여지동인 것이다. 신이시여.. 


세이브


게다가 월주도 무, 일주도 무로 무무가 병존한다. 이럴 경우 강헌의 명리학에서 보면 세계를 넘나드는 역마가 있다고 한다. 할렐루야! 내 사주를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사주]의 작가 '정홍칼리'는 갑오 일주라고 한다. 책에서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이름을 얘기하는대신 일주로 지칭하는데, 신유(일주), 을해(일주)로 부르는 식이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사주팔자가 과학이라는 말도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사주 보는걸 무시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미신 이라고 퉁치기도 했는데, 사주는 미신이 아니라 통계에 더 가깝다. 우리가 흔히 MBTI 로 사람을 분류하면서 너 J 야? 나는 P 거든, 하는 것처럼, 다락방은 대문자 E 야 라고들 하는것처럼(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I 도 많다), 사주팔자도 그런 식으로 적용되는거다. 어떤 일주는 차갑고 어떤 일주는 따뜻하고 어떤 일주는 시기가 많고 등등. 그런데 이것들이 단순히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또 지들 안에서 합쳐지니(간여지동이나 무무병존처럼) 혈액형이나 MBTI 보다 훨씬 정교하지 않은가. 실제로 책속에서 정홍칼리는 자신의 일상에서 지인들과 서로의 일주를 부르면서 성격과 성향에 대해 놀리기도 한다. 


음, 그런데 에세이를 읽을 경우, 내가 에세이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는 한데, 작가가 너무 많이 드러난다. 어쩌면 그래서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경우엔 그게 좀 별로다. 게다가 그렇게 드러난 작가가 나랑 성향이 다르거나 어딘가 어긋날 때는 더 그러하다. 정홍칼리는 넓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걸로 보이는데, 이상하게는 '나랑 안맞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정홍칼리의 책이 이번에 두번째인데, 처음에도 그랬더랬다. 같은 작가인걸 이번에 책 사고 알았는데, 책 사기 전에 알았다면 안샀을 거다. 하여간 이번에도 읽으면서 아, 나쁜 사람이 아닌데 희한하게 나는 좀.. 이렇게 되었는데, 그건 아마 정홍칼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본인에게 맞는 그리고 본인 주변에 잘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갑목이라고 얘기하면서 또 주변 사람들 일주를 많이 언급하는데, 무토에 대한 언급은 아주 잠깐이다. 스쳐지나가는 정도라고 할까. 어쩌면 정홍칼리 주변에는 무토 일주가 잘 다가가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아, 그러니까 합! 합이라고 보면 되겠다. 책으로만 읽었지만, 이 책의 작가가 나랑 합이 안맞을 것 같은거다. 읽으면서 자꾸만 내가 싫어했던 사람이 떠올랐던거다. 일전에 나를 되게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주 공부하는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달에 태어난 사람은 가급적 만나지마' 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나를 같은 이유로 괴롭게 했던 사람들이 똑같은 달에 태어났다는 건, 기막힌 우연일까.


아, 그러니까 내가 아무튼 사주를 읽기는 했지만, 갑자기 이 책 얘기를 왜 하게 됐냐면, 독립서점 때문이다!!


어제 건수하 님의 서재에서 글을 읽고 건수하 님께 '사이드잡으로 독립서점을 오픈하시면 어떻겠냐' 라고 댓글을 달았더랬다. 독립서점을 사이드잡이라고 굳이 말한건, 정말이지 돈벌이가 안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본업은 있어야겠고, 그런데 책을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책이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고, 그런데 대형서점 오픈할 자본이나 여력은 안되고.. 라고 하면 독립서점을 사이드잡으로 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아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댓글을 달았는데, 그 댓글을 달고 나서 곰곰 생각해봤다.


'나는 왜 다른 사람에게 그걸 제안하는가. 내가 직접하면 되지!'


네??

갑자기 머릿속에서 


'내가 하면 되잖아?'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나한테 이런 생각이 드는게 무섭다....................................... 왜냐하면,


할까봐...............................



그래서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가끔 내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하지마!' 


라고들 말했더랬다. 쟨 생각하면 한다고. 



자꾸만 서점 내가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서 어떻게 운영할까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말 돈이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내가 회사를 다녀야 한단 말이지. 그러면 서점은 언제 운영해? 알바를 써? 아냐, 나는 내가 또 직접 운영하고 싶단 말이지. 그러면 퇴근 후에 오픈하는 서점? 오 노.. 그건 안돼.. 나도 저녁엔 나름의 일정들이 있다고. 그러면 주말에만 여는 서점? 그러면 나 놀러는 언제 다녀? 서점 오픈하는 날보다 닫는 날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그러면 손님은 언제 옴? 오 마이 갓.. 역시 안되겠지.. 안될거야. 그런데,


이 서점으로 돈을 벌 순 없겠지만.. 그래도 서점 차려두고 큰 테이블 하나 갖다 두고 작업실처럼 쓰면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 작업실 갖고 싶어했잖아, 작업실 월세 때문에 걱정했잖아. 서점 하면서.. 거길 작업실화 하고, 작업실 갈 때마다 서점을 오픈하면.. 되지 않을까? 


서점이 규모가 작으니 책을 많이 가져다 놓을 순 없겠지만, 테마를 정하자. 이를테면 여성 소설가들의 책만 놓는다던가... 하다가, 그건 또 안되겠다 싶었던게, 헌책도 좀 팔아야겠거든. 울집에 많은 책들... 내가 쌓아둔 책들.. 그건 헌책으로 한 쪽 진열장에 두고 팔면 되지 않을까. 집에 있는 책을 전부 가져다 놓진 못하겠지만, 않을거지만, 읽었던 것과 앞으로 안읽을 것 같은 책들 가져다놓고 중고책으로 팔면.. 나이스잖아? 그런데.. 월세 뽑힐까?  작업실과 서점을 동시에 나이쓰! 그런데 돈이 될까? 


채경이에게 물어보니 독립서점은 돈이 안되서 사람들이 그렇게 이벤트들을 하는거라고 했다. 무슨 모임이며 작가 초청이며 그런 것들... 그런데, 나는 그런거 진짜 1도 하기 싫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역시.. 내가 오픈하는 서점은... 이름만 서점이 되는걸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서점 그려보다가, 하- 내가 서점을 오픈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생각이 났다. 나는,



특정한 누군가가 찾아오는게 싫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어딘가에 그게 무엇이든 가게를 낸다면, 그걸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게다가 그게 서점이면 말해뭐해. 그러면 꼼짝없이 누군가의 방문을 맞닥뜨려야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걸 내가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숨이 막혔다. 하, 인생에 왜 그런 사람은 있어가지고 씨부럴..


아무튼 이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다가,


'내 팔자에 서점을 오픈하는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서점을 오픈하고 그곳에서 글도 쓰는 삶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 그건 사주에 있다면 하고 없다면 안하겠다, 가 아니다. 나는 특히나 사주는 주체적인 사람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주팔자는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라고 보는거지, 그것이 내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독립서점과 작업실을 한방에- 이거, 나쁘지 않은데? 물론 작업실에서 글 쓰다가 갑자기 손님이 들어오면 글 쓰는 리듬이 깨지긴 하겠지만 ㅋㅋ 뭐 그렇게 손님이 많을 것 같지도 않고 자주 올 것 같지도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럴거면 뭐하러 서점 오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제 독립서점 생각하다가 사주로까지 이어졌다.

















하- 미쳐버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 를 아직도 절반도 채 못읽었다. 이 책만 읽으려고 하면 졸리고, 이 책이 그나마 제일 잘 읽히는 때는 출근길 지하철인데 내가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을 가냐 두 시간을 가냐.. 진도가 더디다. 오죽하면 '주말에 지하철 타고 한바퀴 돌까..'하는 생각도 했다. 지하철 출근길에서만 잘 읽혀가지고. 이 책은 집에서든 까페에서든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 미쳐버려.. 하-


그 와중에 잭 리처 새로운 시즌이 올라왔다. 만세!




세상에, 왜이렇게 재미있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버려 대환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왜 잭 리처만큼 재미있지 않나요, 대체 왜? 왜죠?


하여간 이번 시리즈 초반부터 꿀잼이 '필리치즈스테이크' 인데, 우리의 잭 리처 이번에 필라델피아에 갔고, 반복해서 '필라델피아에 왔으니 치즈 스테이크지' 라는 대사가 나오는거다. 응? 그런데 먹는건 햄버거여.. 채경이에게 물어보니 이게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거란다. 오?! 그러니까 영화에서 나온건 '필라델피아' , '치즈 스테이크' 인데, 채경이와의 대화로 나는 그것이 '필리치즈스테이크'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 이거 먹고 싶다고 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잭 리처가 너무 잘먹어. 그래서 필라델피아에 가서 치즈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나의 두뇌를 지배하기 시작하는데..





어라? 그런데 잭 리처가 이렇게 맛있게 먹는다면.. 내가 이 생각을 책 읽다가도 했을 것 같은데?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내가 다른건 잊어도 그건 안잊을 것 같아서 이 드라마가 만들어진 원작을 보니 [Gone Tomorrow], [사라진 내일] 이란다.

















나 이거 읽었는데? 그런데 여기 필리치즈스테이크 나와?? 

나는 채경이에게 이 책 어디에 그런게 나오는지 찾아달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의 배경은 뉴욕이란다. 그런데 드라마는 필라델피아로 장소를 바꿨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하여간 필라델피아 가서 치즈스테이크 먹겠다!! 생각하다가 앗? 나 예전에 크라제 버거에서 이거 먹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엇! 나 뉴욕에서도 푸드트럭에서 먹었는데?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크라제 버거에서 나는 주로 필리치즈스테이크를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만있자, 내가 뉴욕 미술관앞 푸드 트럭에서 먹었던 거, 그거 필리치즈스테이크 아니었어? 나는 과거의 별그램을 뒤져보았다. 


찾았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내 기억력 칭찬해! 

저 날 뉴욕에서 돌아다니면서 혼자 푸드트럭에서 사가지고 서서 먹었다. 다른 뉴요커들처럼 ㅋㅋ 그게 갑자기 뽝- 생각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필리치즈스테이크를 먹으러 필라델피아에 가야겠다는것이다. 나는 가겠다, 필라델피아로, 필리치즈스테이크 먹으러.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끝나고 가고 싶어서 가까운 미래에 가게 될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저거 먹으러 필라델피아 간다!! 앗싸!! 이런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잭 리처,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한 입 가득 물고.. 그런거 좋아. 샤라라랑~



아무튼 보면서도 계속 좋아 좋아 하게 되는 잭 리처 되시겠다. 잭 리처 드라마 시즌 1은 별로였는데 2부터 좋아지더니 4 지금 넘나 재미짐. 그건은 어쩌면 프루스트 효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필라델피아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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