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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스

아빠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시는데 책 읽는데 영 집중이 되질 않아서 아빠한테 방에 들어가서 보시라고 할까, 아니면 내가 카페로 나갈까.. 하다가 그냥 책을 안읽기로 했다. 나는 내 방에서 오랜만에 영화나 하나 볼까, 했는데 사실 요즘엔 그렇게 막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아서 나중에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찜해둔게 좀 있긴 하지만, 지금 그렇게 막 각잡고 영화 볼 건 아니니까 아무거나, 하고 넷플릭스, 애플티비 들어갔다가 마지막에 프라임 들어가서 영화를 하나 선택했다. 제목하여 <The hottest summer> 이며 로맨스 장르란다. 우엇, 이것은 그렇다면 뜨거운 로맨스?! 19금? 이러는데 영어로 줄거리 나온걸 대충 보니 여름에 이탈리아 시칠리에서 여주가 아주 핸썸한 신부priest 를 만나.. 는 것인가 보았다. 우엇. 신부는 여자랑 로맨스 벌이면 안되잖아? 그렇다면 이것은 금기의 사랑? 이탈리아 시칠리, 하티스트, 신부.. 난리났네 난리났어. 그리고 재생을 시켰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오디오는 이탈리아어에 자막은 한국어가 없는거에요. 눈물이 났죠. 



다른거 찾아서 볼까 하다가 걍 한 번 대충 자막 영어로 두고 보자, 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지금부터 펼쳐지는 영화의 내용은 영어 자막을 보고 이해한 것이므로 다소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ㅋ


'루시아'는 친구 '발렌티나'와 여름 일정 기간 동안 시실리 마을에서 캠프에 자원하게 된다. 뭔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약간 교회 수련회 같은 느낌이었다. 애들하고 자연 활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또 성당도 가꾸고 그런 것인가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캠프에 도착해서 젊은 신부 '니콜라'를 만나게 되는데, 와, 그가 너무 핸섬한거다. 발렌티나를 비롯해서 마을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아가는 핸섬한 신부.. 신 to the 부. 영화에서는 이름 앞에 Don 을 붙여 부르더라. Don Nicola. 하..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소설인데 이탈리아 신부가 주인공인 되게 유머가 가득한 소설 시리즈가 있었는데... 돈 꼬를레오네는 대부였나.. 하여간 오래된 소설인데 갑자기 그거 읽고 싶네? 그러나 집에 책도 없고 제목도 생각 안난다. 잠깐 제미나이 한테 물어보고 와야겠다.


찾았다! 제미나이가 찾아줬다. '조반니오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시리즈였다. 만세!!
















오랜만에 하나 사서 읽어봐야겠다. 각설하고,


아직 virgin 인 '발렌티나'는 신부인 니콜라에게 반해서 그와 새역사를 써나가고 싶다. 그래서 그의 앞에서 맴돌고 유혹하려고 하지만, 하아, 좀처럼 뭐가 잘 안된다. 친구 '루시아'에게 나와 그의 사이를 좀 도와달라고 해서 루시아가 '그는 신부잖아!' 하면서도, 발렌티나와 니콜라가 둘이 있게만 도와주긴 하는데, 애초에 마음이 없으면 둘이 있다고 뭔 일 나겠는가. 발렌티나는 신부 앞에서 옷까지 홀딱 벗어보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루시아와 니콜라가 자꾸 마주친다. 같은 일을 겪게 되고 어떤 감정들을 나누게 되면서 아아, 어느밤, 루시아는 충동적으로 니콜라에게 입을 맞추게 된다. 니콜라는 당황하지만,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가 그러하듯, 열정으로 들끓어 입맞춤을 격하게 다시 시작하는 대신, 자신의 숙소로 얌전히 돌아간다. 루시아에게 입맞춤을 되돌리지 않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냥 얌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아, 루시아여..


루시아에겐  '오마르' 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종교가 달라서 오마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루시아를 여자친구라 소개하지 못하고, 이에 루시아는 빡친 상태였다. 지금 루시아가 시실리에 와 있으면서 전화 통화만 하면서 루시아는 오마르에게 좀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 그러나 정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신부 니콜라에게 키스를 해버렸어요. 키스, 키스, 키스...


다음날, 루시아가 무슨 창고 같은거 혼자 정리하고 있는데, 니콜라가 갑자기 들어와서 문을 잠근다. 그리고 루시아에게 '나에게 사과해요' 라고 말한다. 루시아는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나면, '어젯밤을 잊을 수 없게 만든걸' 사과 하라는거다. 하여간 이런 뉘앙스였다. 또 하고 싶은걸 사과하라는 거였나? 하여간 그래서 이 둘이 불이 붙어가지고 바깥에서는 아이들의 야유회 활동이 한창인데, 이들은 창고에서 섹스를 하는 것입니다. 니콜라, 그는 신부인데... 그에겐 신이 있는데........

아 신이시여, 왜 남자친구 있는 여자에겐 남자가 꼬이고 virgin 인 여자는 그토록 바라는데도 남자 하나 주시지 않는건가요. 왜죠? 


그 뒤로 그들은 그냥 만나기만 하면 섹스를 한다. 여기서도 하고 저기서도 하고.. 딱히 19금 스러운 영화는 아닌 것 같고, 에로 영화도 아니다. 그냥 로맨스 영화인데, 자, 그러면 이제 이들은 어떻게 될까? 루시아는 남자친구 오마르에게 이별을 말하고 오마르는 울면서 그녀를 떠난다. 발렌티나는 이들의 사이를 알고 빡이 친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이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했고 또 자신이 유혹하기까지 했는데... 그러나 발렌티나는 미안해하는 루시아에게 '그를 좋아해서 잘 되게 도와달라고 했던 건, 우리 둘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발렌티나는 우정을 소중히 생각했다는 것 같았다. 하여간 그러거나 말거나 루시아와 니콜라의 애정행각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에게도 미래를 결정해야 할 때가 도래하였으니, 이 여름의 행사 기간이 끝났고, 루시아는 자신이 살던 도시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니콜라에게 너는 네 길을 가라고 하면서, 그렇게 루시아는 떠난다. 나는 아마 오마르랑 함께 하게 될거야, 라고 말하면서... 헤어짐은 당연히 슬픈것이니, 그와 쿨하게 헤어지는 것 같았던 루시아는 혼자서 발렌티나의 품에 안겨 운다. 이별은 슬픈 거에요. 정말 몰랐어요, 사랑이란 유리 같은것... 


그런데 나는 니콜라가 궁금했다. 그녀와 사랑했던 것, 육체적 관계가 있었던 것을, 설사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신부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아아, 나에겐 속세의 섹스가 있었으나 그것은 여름 한철이었다, 하고 다시 신 앞에 나설 것인가... 나는 그의 미래가 궁금했다. 루시아야 이별의 아픔을 겪겠지만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고 또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성직자였던 니콜라에게 그 후는 어떻게 찾아들것인가. 


영화는 놀랍게도 그러부터 5년 후를 보여준다. 그곳은 도시였다. 루시아가 사는 도시.. 어디인지 지금 까먹었네. 로마였나 밀라노였나.. 하여간 루시아는 아마도 업무를 마치고 활기차게 도시를 걷는 중이었다. 집에 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길에서 우연히!! 니콜라를 만난 것이다. 오, 니콜라?! 니콜라도 루시아! 하면서 반가워한다. 그들은 길 한가운데서 반가워하며 안부를 전하는데, 이때 그들 곁으로 임신한 여자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가온다. 아아, 니콜라의 아내였고 아이였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시키고, 아내는 둘의 눈치를 보더니, 나 차에 뭐 가지러 갔다올게, 하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 이 때 니콜라는 루시아에게 묻는다. 


"넌 오마르랑 함께야?"


루시아는 이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그에게 작별을 말한다. 그리고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집이었고, 거기에는 발렌티나가 있었다. 그러니까 루시아를 기다리는 사람은 남자친구가 아닌 여사친이었고, 루시아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발렌티나에게 '내가 오늘 누구 만났는 줄 알아?' 히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발렌티나는 저녁을 준비했다고 하면서 그들은 함께 저녁을 차리고 와인을 준비하고, 니콜라를 봤다고 얘기한다. 그에게 임신한 아내가 있더라고, 그리고 아이도 있어! 그는 수염을 많이 길렀던데! 그리고 그는 어때 보였냐는 발렌티나의 말에 루시아가 이렇게 말하면서 끝났다.


"예전처럼 잘생기진 않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이 뻔한 영화 얘기를 굳이 썼냐면, 이 결말을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저 결말이 너무 좋은거다. 한때 내 여름을 뜨겁게 가져간 사람, 그리고 이별 때문에 아프게 만들었던 사람.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를 다시 보니, 예전만큼 잘생기진 않았네? 이렇게 되어버린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너무 재미있는 거다, 이 결말이!! 5년 후에 루시아가 다른 남자랑 같이 살고 있는게 아닌 것도 너무 좋았다. 일하다가 집에 돌아가서 친구랑 와인 마시는 삶 너무 개꿀인 것. 같이 아는 남자에 대해 수다 떠는 것도 찐재미 아닌가. 그런데 니콜라, 신부일 때 잘생겼었는데.... 속세의 남자가 되어보니, 그냥 보통남자 1 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나는 그가 신부일 때도 딱히.. 아무튼 여자 둘이서 5년전 뜨겁게 잘생겨서 반했던 남자 얘기하면서, 예전처럼 잘생기진 않았더라고, 이러는 거 너무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선물해준 '서맨사 하비'의 [궤도]를 읽었다. 방금 전에 구매자평 쓰긴 했는데, 아름다운 소설이다. 게다가 똑똑한 소설이다. 와- 작가란, 그러니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이렇게 똑똑한게 맞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따위,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뭘 쓰냐, 싶으면서 소설 쓴다고 깝치지 말자.. 라는 생각도 했다. 


우주를 유영하는 6명의 사람들이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우주선 안에서 적응하고 또 이야기하고 자신의 지난 삶을 떠올리는 이야기인데, 아름답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어떻게 이 많은 지식들을 작가는 조사했을까. 역시 글 쓰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하는 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절대 이런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덧붙이자면, 이 소설은 N 들이 특히 더 좋아할 것 같다. 이 소설에 대해 나는 긍정적이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은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이다. 그런데, 그러니까 이 책이 좋은 소설인건 맞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토마스 하디'의 [이름없는 쥬드] 생각이 났다.


















궤도, 아름답고 지적인 소설인데, 그런데, 나는 이름 없는 주드가 더 좋다, 라는 생각을 한것이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그런데 나는 주드가 더 좋네?' 이렇게 된거다. 


궤도와 주드는 완전히 다른 결의 소설이다. 비슷한 부류가 아니다. 둘다 주제분류로는 '영미문학' 이며 '영국문학' 이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다르다. 하여간 그러니까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나는 어쩐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주드가 좋네, 하고. 주드가 뭔가, 내가 기대하는 문학에 대한 모든 바를 갖추고 있는 소설인 것 같다. 올해 내가 뭘 읽었지? [불필요한 여자] 괜찮았지, 그런데 주드가 좋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주 인상적이었지, 그런데 주드가 좋네. 이렇게 되어버리는거다. 


주드, 니가 짱먹으세요. 아나스타샤는 토마스 하디의 영향을 받고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다는데, 명색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응?) 나도 토마스 하디를 영어로 읽어볼까.. 그런데 그냥 읽지는 못하겠고, 약간, 음, 번역본 한문장 영어 한문장 필사 할까.. 막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아직 [Red, White & Royal Blue] 다 읽지도 못했으면서, 아니 며칠전 4장까지 읽고 페이퍼 쓴 뒤로 멈춰있으면서,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주드를 원서 읽어볼까' 이런 미친 생각 왜 하지요?

















하여간 주드가 좋다. 

정말 주드 짱인것 같다. 나는 소설에 바로 이런 걸 기대하는 것 같다. 주드 같은 거 말이다.



아무튼 책샀는데 내일 올거라서 일요일쯤 책탑 페이퍼 또 올려볼까 한다.

아마 백수로서의 마지막 책탑이 될 것 같다. 


얘들아, 나 다음주부터 다시 직딩.... 샤라라랑~ (싫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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