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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스
















세번째 단편은 <The Piano Player 피아노 연주자> 이다. 


'앤절라 오미라'는 칵테일 라운지에서 피아노를 친다. 아주 오래 그곳에서 피아노를 쳐와서, 그녀는 마치 풍경처럼 익숙하다. 현재 오십대 초반인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마을 최초의 행정의원 '맬컴 무디'와 연인이었다. 


앤절라 오미라는 정식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적이 없지만,  분명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교육이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고,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될거라고 음악교사가 앤절라의 엄마를 설득했지만, 그러나 엄마는 '쟤는 나 없이 못살아요' 라면서 끝내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앤절라의 엄마는 앤절라가 젊은 시절 데이트 하는 데에도 따라나갔고, 앤절라의 남자친구, 앤절라, 그리고 앤절라의 엄마가 함께 입을 똑같은 파란 스웨터를 세 벌 뜨기도 했다. 그 당시의 남자친구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었는데 앤절라의 재능을 질투했고, 그리고 그녀에게 '너랑 데이트 할 때면 네 엄마랑도 데이트 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지금은 그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앤절라의 엄마도 요양원에 계시고, 그녀는 지금 혼자다.

여느때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른 사람을 한심하다 욕했던 연인 맬콤을 떠올린다. 연주하는 동안 한 번도 쉬는 시간을 가져본 적 없던 그녀는,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고,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동전을 빌려, 오랜 연인 맬콤에게 전화한다. 



Malcom answered the phone. And here was a curious thing-she didn't like the sound of his voice. "Malcom," she said softly. "I can't see you anymore. I'm so terribly sorry, but I can't do this anymore." 

Silence. His wife was probably right there. "Bye, now," she said. -p.54


맬컴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맬컴,"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더이상 당신을 만날 수 없어요. 정말 미안하지만 더는 못하겠어요." 침묵. 아내가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안녕." 그녀가 말했다. -전자책 중에서



그렇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맬컴에게는 아내가 있었는데도, 앤절라는 그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걸 그만두겠다고 그의 집에 전화를 한것이다. 그녀는, 드러나지 않는 연인이었다. 그녀는, 그와 이십이년간 연인이었지만, 한 번도 그의 집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십이년간 한 번도,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


캐서린 맥피가 노래했었다. 넌 밤에 전화하지, 난 수화기를 들어. 네가 나에게 말하고 있어도, 나는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 be telling me,

I know your not alone.


이십이년간 그가 거는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고,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만,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삶이란 어떤걸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십이년 만에 처음 전화했는데, 어?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네?



그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를 사랑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의 목소리는 별로야, 라고 말하게 되는 상대를 내가 좋아할 순 없다는 거다. 현실에서 '난 그 사람 목소리도 듣기 싫어' 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 합이 맞지 않는 거라고 한다. 그 경우엔 그 사람과 내가 합이 맞지 않음은 당연하고. 내 경우에는 그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네 목소리가 좋다'고 말하게 됐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못생긴 사람을 좋아할 순 있지만, 내가 듣기에 목소리가 싫은 사람과 좋아할 순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앤절라와 완전히 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를 더이상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리고 그에게 그렇게 말했더랬다. 우리 이제 그만하는게 좋겠다고, 그에게 말했더랬다. 그 말을 해놓고 엉엉 울었었는데, 일주일 후에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액정에 뜬 그의 이름을 보고, 어엇, 하다가 전화를 받아서는 여보세요, 했는데, 전화기 너머 상대가 "여보세요" 라고 한 순간,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 목소리 왜이렇게 좋아, 아 미치겠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찢어져도 계속 만나보자, 라는 마음을 먹어버렸던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여전히 목소리를 좋다고 느낄까? 아니면, 앤절라가 그랬듯이, 흥미롭게도,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그녀는 이렇게 맬콤에게 전화를 해 이별을 말했다. 이거,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나 이제 이거 못하겠다고.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연주를 마치고, 낙심한 인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의 비참함을 보아야만 비로소 나아지는 인생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기어코 나를 찾아와서 내가 혼자인 걸 확인하고, 과거에 내 엄마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비난하고 돌아간다는 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것이야말로 낙심한 인생이 아닌가. 맬컴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을 호모라고 부르면서 욕하면, 그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인가. 


그녀의 연주가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녀에게 다정한 인사를 해주는 사람들. 그녀는 집까지 걷기로 한다. 그렇게 바를 나와서 걸었는데, 당혹스러워진다.


"Cunt."

She had not seen him standing beside the house, in the dark shadow from the overhang.

"You cunt, Angie." He stepped toward her.

"Malcom," she said softly. "Now, please."

"Calling my house. Who the fuck do you think you are?"

"Well," she said. "Let's see" It was not her style to call his house, but even less so to remind him that she, in twenty-two years, had never done so before.

"You're fucking nut," he said. "And you're a drunk, too." He walked away. She saw his truck parked on the next block. "You call me at work when you sober up," he said over his shoulder. And then, more quietly, "And don't go pulling this shit again." -p.59


"쌍년."

그녀는 집 옆에, 처마 밑 그늘에 서 있던 그를 미처 보지 못했다.

"개 같은 년." 그가 앤지를 향해 걸어나왔다.

"맬컴,"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만해요."

"집에 전화를 걸다니. 네 년이 대체 뭔데?"

"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한 손가락을 입에 댔다. "글쎄요, 한번 생각해보죠." 그의 집에 전화하는 것도 앤지의 방식이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십이 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걸 그에게 환기시키는 것은 더더욱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넌 완전 미친년이야." 맬컴이 말했다. "게다가 술주정뱅이고." 그가 가버렸다. 다음 블록에 그의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술 깨면 사무실로 전화해!" 그가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다음엔 좀더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 다시는 하지 마." -전자책 중에서



그러니까, 그녀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간 연인이던 남자에게 전화했기 때문이다. 그너가 쌍년이 된건, 이십이년된 연인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전화하면 안됐었으니까. 이십이년간 연인으로 지내면서 처음 전화를 했는데, 그 전화 한통으로 그녀는 갑자기 쌍년이 되었다. 그는, 이십이년간 그녀를 연인으로 대했던 그는, 그 전화 한통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의 집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쌍년이라고 욕을 했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화를 냈다. 그리고 이 따위 개수작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연인에게 전화를 한 일이 이따위 개수작으로 불린다는게, 말이 되나? 세상에 어느 연인이 전화 한통 했다고 쌍년이 되고 개수작이 되나. 하.. 이런 남자랑 이십이년이나 데이트를 해왔다니.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이런 남자의 연인인 채로 지냈다니. 전화 한 통에 쌍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를...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감히 어떻게, 이십이년간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쌍년이라고 화를 낼 수가 있나. 어떻게. 나도 전연인으로부터 헤어진 후에 쌍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나는 쌍년이었나? 나의 어떤 짓이 그로하여금 쌍년이라는 말을 나오게 했을까? 앤절라가 뭘 어떻게 했길래 쌍년이 된걸까? 집에 전화 한통 한게, 그게 그렇게 쌍년될 짓이야? 전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인을 만든게 더 개수작인거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을 숨긴게 더 빡칠 짓 아니야? 됐다, 아무리 말해봤자 뭐하냐.


앤절라의 과거 연인 사이먼은, 굳이 여기까지 먼 길 찾아와서 너 결혼했냐 묻고 난 아이 셋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네엄마가 날 찾아와서 옷을 벗었었지, 라고도 말한다. 그걸 굳이 몇십년 지난 후에 와서 찾아오고 상태 확인하고 가는 그 심리 무엇... 집에 전화 한통했다고 굳이 찾아와서 쌍년이라고 말하는, 그 심리는 또 무엇. 아니 그리고 내일 술 깨면 전화하래. 나한테 지금 쌍년이라고 말해놓고, 개수작 하지 말라고 말해놓고, 그런데 내일 전화하라고? 왜? 어처구니.


Even drunk, she knew she would not call him when she sobered up. -p.60


취하긴 했어도 그녀는 술이 깬 다음에 자기가 그에게 전화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전자책 중에서



앤절라는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 끝났으니까.


캐서린 맥피의 노래처럼.


다 끝났으니까.

It's over.

이제는 그녀의 시간이니까.

Moving on, It's my time.

넌 결코 내 친구였던 적이 없으니까.

You never were a friend of mine

이제는 끝났으니까.

Now I'm so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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