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싱가폴로 돌아가는 날이다.
앤드류의 일정에 적힌 것과는 다른데, 그건 내가 처음 알려줬을 때 적은걸 내가 찍은 거고, 그 뒤에 내가 일정이 바뀌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일은 내가 비행기를 타야 하고, 앤드류는 오늘 연차를 냈다. 굳이 연차까지.. 회사 끝나고 저녁만 먹어도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연차 말고 반차는 어때? 라고 던졌었던 적이 있어가지고, 연차 내지말라는 말을 더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가만 있었다. 아침 열시반까지 호텔 앞으로 온다는데, 흐음, 차라리 오후에 와서 저녁을 먹지, 라고 생각했지만, 뭐 연차낸 김에 저녁에는 쉬고 싶겠지, 라고 생각하고 알았다고 했다. 나는 열시반에 만나면 점심 먹고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 열시 반에 만나서 저녁 여덟시반까지 놀았다. 하... 나의 영어여... 너는 어디로 가느냐..... 아무튼 만나서 아점 먹고 도심을 걷고 보타닉 가든 엄청 큰데 거기 걷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보타닉 가든 안에 있는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Shrine Of Remembrance 도 갔다가 하니 오후가 되었다. 와, 보타닉 가든 엄청 커가지고 시간 많이 걸렸어. 문제는, 하, 진짜... 대장과 소장..누가 문제인거니? 호텔에 가만히 혼자 있을 때 신호가 오면 얼마나 좋으니? 왜, 하필이면,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만난 상대랑 함께 있을 때, 왜, 배는 요동을 치는거야? 대환장.. 게다가 야생의 정원에서 이러기 있긔없긔? 내가 카페인에 예민해서 아점 먹을 때는 부러 오렌지쥬스 먹었다. 세계에서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1위 도시에 있으면서 커피를 부러 생략했다고. 방광 요동칠까봐. 그런데 아점 잘 먹고 걷다가... 하... 앤드류가 20분쯤 후에 까페가서 커피 한 잔 하자, 화장실도 가고. 라고 했는데, 나는 이미 배가 꿀렁꿀렁. 이십분만 참자고 나에게 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게 되고, 하 쉬바 ㅠㅠ 저기, 나 화장실을 가야할 것 같아, 라고 참다가 말했는데 자기도 가야겠대, 그래서 그래 이제 우리 목적지는 화장실이 되겠구나 했는데, 저기 화장실 이정표가 보이고 400 m 가면 된대, 앤드류 이거 봐, 화장실 이쪽으로 가래, 하니까, 나 믿어, 난 여기 와봤고, 저기 까페가 거기보다 가까워, 하는거다. 어.. 알았어. 해가지고 일단 따라가면서 '아 혼자이면 나는 이 400 m 를 보고 달려갔을텐데' 하면서, 역시 여행은 혼자 하는게 진리다, 막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앤드류가 손으로 저쪽 가리키면서, 저기, 까페 보이지? 해서, 어! 어! 하고 반가워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면서 앤드류 남자 화장실 가고 나는 여자 화장실 가면서 입구 가리키며 여기서 만나자 하고 들어갔는데, 하, 내가 원래 화장실 가면 짧게 있다 나오는데, 오늘은.. 오래 걸린거야. 왜, 왜그래, 왜그러는거야 대체... 하... 한참 있다가 나가서 앤드류 보는 나의 마음.... 너 괜찮냐고 하는데 응 이라고 하면서 접싯물에 코박고 죽어버리고 싶은.... 누가 봐도 응아 하고 나온... 하..... 내 몸뚱아리야. 내가 이럴까봐 어제 술도 안마시고 잤는데...
아무튼 다녀오고나니 속이 편해졌어. 하.. 그리고나서 걷는것쯤은 일도 아니다! 한참 공원을 걸으면서 선인장도 잔뜩 구경하고, 대나무도 구경했다. 중간에 고사리 같아 보이는게 있어서, 오 이건 한국의 고사리 같아! 하고 얘기하는데, 얘기하다가 순간, 내가 하는 말이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모르겠는 순간이 잠깐 왔었다. 고사리 를 내가 말했거든. 그래서 어떤 한 문장을 했는데 한국어랑 섞였는데, 얼만큼 섞인건지, 영어가 얼만큼인지 갑자기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내가 , 아 나 지금 내 머릿속에서 한국어랑 영어가 섞였어, 했다. 후아..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파킹해둔 차를 타고 이제 바다로 향했다. 나 바다 보여준다고. 만약 내가 혼자 여행온 평소와 같았다면, 이렇게 외곽으로 나가 바다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를 내가 어떻게 가냐. 그런데 집에서 한시간 걸려 운전해서 우리 호텔 앞에 온 앤드류는 나랑 도심의 정원 구경하고(이건 내가 가자고 했다, 내 입을 매우 친다. 장이 요동칠 줄 몰랐어... 과민성 방광이지만 과민성 장은 아닌데 왜, 하필 오늘 ㅠㅠ가든에서 ㅠㅠ 쇼핑몰이었으면 좋았을텐데 ㅠㅠㅠ) 그리고 다시 그 차를 타고 한시간 걸려 바다로 갔다. 바다는 앤드류 집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앤드류 집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나이스 뷰.. 너 좋은 집에 사네. 하면서 집 구경 했는데, 인상적인 건 책이 없다는 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실에 헬쓰기구는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집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여서 너무 좋아가지고, 우리는 음식을 포장해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앤드류는 운전해 오는 동안 나에게 '너 호주 와서 피시앤칩스 먹었어?' 라고 물었다. 아니, 나 런던에서만 먹어봤어. 했더니, 너 여기서 그거 먹어봐야 돼, 그거 먹자,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좋아, 하고는 피시앤칩스를 포장했다. 그거랑 오징어링이랑 딤섬이랑 하여간 여러가지 시켜서 포장해가지고 앤드류 집 테라스에서 먹을라고 했는데, 너무 써니한거다. 그래서 부엌에서 먹었다.


그렇게 부엌 식탁에 한 상을 차려두었다.

개인 접시 가운데가 잘라둔 피시앤칩스인데, 하, 얘들아... 이거 상어래... 앤드류가 애초에 사기 전부터 나한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피시앤칩스는 shark 라고 했다. No kidding 이라고 했더니, 키딩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이걸 앞에 두고도, Are you sure? 했더니, 100percent 란다. 오 마이 갓. Am I eating shark now? 했더니, 맞다면서 사진도 찾아서 보여준다.

나는 사진을 향해, 아 임 쏘리 샤크.. 했다.
맛은 다른 피시앤칩스랑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저기 보면 구운 생선? 이 있는데, 앤드류가 각자의 접시에 나눠주면서 생선껍질 정말 너무 맛있다고 나눠가지고 나도 준건데, 앤드류는 다 먹었지만, 사실 나는 먹을 엄두가 안나는거다. 나.. 생선껍질 싫어.. 고등어구이 먹을 때도 껍질 안먹는다고.. 그런데 앤드류가 겁나 맛있다고 자꾸 그래서, 오케이 알았어, 하고 조금 먹었다. 나쁘지 않고 먹으려면 먹을 순 있었지만, 그런데 안먹고싶어 ㅠㅠ 그래서 내가 앤드류 접시에 주면서, 이거 너 먹어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 알겠다고 그러면서 럭키데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라면 먹고싶네요.
그런데 이 저녁에 문제가 있었으니, 맛은 있었지만, 게다가 앤드류의 냉장고에서 나온 맥주도 좋았지만, 나는 다시 집까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단 말이지. 이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가 없는 거다. 가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해? 여기 올 때 보니까, 이 미친 주택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주택 밖에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제나 화장실 걱정이 앞서는 나는, 아니 여기 사람들은 걷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대체 어떡하냐 싶더라. 패스트푸드점? 놉. 슈퍼마켓? 놉. 아무것도 없고 그냥 집만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어느 정도 가다 보니까 식당과 까페들이 나오고, 그래서 우리가 음식을 포장할 수 있었지만,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는 이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없었으니, 저렇게 한 잔 마시고 한 잔 더 마시다가 남기고는 나 finish 라고 했더니 오 진짜냐고 했다. 응.. 갈 길이 멀어. 자가용 한시간, 오전에 이미 화장실로 요란 떨었던 나는, 또다시 화장실 얘기를 할 수가 없기에... 맥주를 참았다. 머릿속에는 '숙소 가서 와인 퍼부을테다'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바다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나가다가 동네 고양이가 와서 앤드류에게 아는 척을 했는데, 아, 진짜.. 앤드류 이웃 여자분도 와서 고양이 아는척을 하는거다. 둘다 고양이 다 좋아했어. 하여간 그녀의 이름은 몰리인데, 고양이 쓰다듬으면서, 이 앤드류의 오지랖 어쩌죠? 세상에서 저보다 더 오지라퍼가 있는줄은 미처 몰랐어요.
"이쪽은 몰리고 이쪽은 유공이야."
"하이 나이스 투 밋 유"
"나이스 투 밋 유"
그런가보다 했는데 앤드류 세상에, 우리의 슈퍼 오지라퍼,
"유공과 나는 싱가폴에서 만났어."
"아, 친구의 소개야?"
"아니, 우리는 호텔 로비에서 만났지. 나는 잠깐 방문했고, 그녀는 영어를 공부하러 싱가폴에 왔어. 그녀는 영어로 소설을 쓰고 싶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녀는 나이스하다고 했고 나는 샤이하다고 했다.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멜번에 다락방이 영어로 소설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어이상실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영어로 소설 꼭 써야겠다. 아 나 어이없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는 바다로 갔다. ㅋ ㅑ ~ 하필 나이스 타이밍이라 해가 지려고 준비중이었어..



하- 집 앞에 이런 바다가 있다니... 진짜 너무 근사했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
아, ㅋㅋㅋ 중간에 공원에서 저 쪽에 표지판을 읽는데 나는 caution 은 읽었지만 그건 크게 써있었고 그 밑에 작은 글자들은 안보이는거다(노안이여..). 그런데 앤드류는 그걸 다 잘 보인다고 읽어주는거다(젊음이여..). 와, 너 저게 보여? 했더니, 가족들 모두 안경쓰는데 자기만 안경을 안쓴다고, 자기만 눈이 좋다고 하면서 럭키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는 눈이 좋아서 미래도 볼 수 있어,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네 미래는 어떤데?' 했더니.
안좋아. 가난해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가지고 빵 터졌는데, 나중에 도심을 걷다가 손금 이랑 별자리 봐주는 가게가 있어서 앤드류가 '저기가 미래를 봐줘' 이래서 내가 '미래는 너도 보잖아' 했더니 그치, 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내 미래는 어때?' 했더니 ㅋㅋㅋㅋㅋㅋ
너는 일에서 성공을 거둬. 그리고 두 마리 고양이랑 살고, 남편도 두 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남편은 싫은데? 난 남편 싫어. I don't like husband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길바닥에서 웃었다.
장이 요동쳤던건만 빼면(대체 왜?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호텔을 나서기 전에 요동쳤으면 좋았잖아? 왜그래?), 대체적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날씨도 좋았고 걷기도 좋았으며 해가 지는 해안도로를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친구의 집에 가서 구경한 것도 좋았고, 그 집에서 바다가 보이는다는 것도 좋았다. 아점을 먹다가 6젼전에 사귄 전여친 얘기를 했을 때는 즐거워서 웃었다. 사실 전여친 얘기가 아니라, 전여친의 여자조카가 당시 7살이었는데 앤드류와 사랑에 빠져서 ㅋㅋ 모두에게 보쓰기질 보이면서 명령했지만, 앤드류에게는 스윗하게 했다는거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빵터져서 웃었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뭔 말인지 모를 때는, 그가 웃으면 웃고 물음표가 없는 것 같으면 그냥 미소만 지었다. 씨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한 시간 걸려 호텔까지 나를 내려다주고 다시 한시간 운전해 집으로 가야하는 앤드류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고 얘기하고 감사도 전하고 그가 차에 타는 걸 지켜보는데, 그는 차에 타기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Write a book.
하 써야겠네 책 써야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오늘 아점은 이걸 먹었거든? 이거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절반씩.

그리고 중간에 디카페인 커피 마시고(호주에서는 디카프 라고 한다) 저녁에 저 위의 튀김 먹었잖아? 그래서... 지금 호텔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와인하고 컵라면 큰거 먹고 있다. 참깨라면. 내가 싱에서부터 가져온 참깨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야,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