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마지막 키스

어제는 혼자 살면서 공부까지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다섯시 반에 학교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장보고 저녁을 만들어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음날 먹을 음식 준비하고 숙제하고.. 하- 진짜 고단한 하루였고, 그렇게 오늘 아침 일어나 학교를 가니 수업 시간에 자꾸 졸린거다. 와, 이러다가 나도 졸겠네 싶어서 쉬는시간에 나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내가 준비해간 간식을 먹었다.



보통 방광이슈로 오전 커피를 피하는 편인데, 오늘은 너무 졸려서 어쩔 수가 없었어. 내가 비싼돈 내고 여기까지 와서 공부하는데, 예습 복습은 못해도 수업 시간 중에 졸면 안되잖아?

그렇게 휴게실에서 앉아 샌드위치 꺼냈는데 베트남친구 '안'도 간식 먹으러 와서 마주 앉아서 각자 준비한 간식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대화는 많이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것만 조금.


그런데 점심 시간에 또 안을 만났다. 나는 도시락을 준비해갔고 안은 휴게실 자판기에서 점심을 해결할 모양이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게 없는지 한참을 자판기 앞에서 망설이다가 자기는 나가서 먹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잘가라고 하고 나는 내가 준비한 도시락을 먹었다. 버섯밥 위에 볶은 김치랑 구운 스팸을 올리고 다시 밥으로 덮은, '밥버거 짝퉁' 되시겠다. 계란프라이도 올려야 되는데, 내가 계란 샌드위치 하느라고 계란을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알았네? 앗차, 하나 남겨둘걸, 제기랄...


아무튼 그렇게 만든 내 도시락




아침에 이 사진 동생들에게 보여줬더니 둘다 완전 빵터져가지고 여동생은 '저게 무슨 밥버거야, 머슴밥이구먼!' 했고 남동생은 '진짜 웃기다, 도시락 먹으러 학교가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는 '맛없게 생겼네' 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김치볶은거랑 스팸 들어가서 맛있었다니까? ㅋㅋ 저걸 싹싹 비우고나서 배가 너무 불러가지고 좀 걷다 들어가자 싶어서 복도를 좀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저쪽 코너로 돌아 자판기를 또 발견했는데, 어어, 여기는 스낵류가 아니라 식사 자판기잖아?



점심시간 다 지날때쯤이어서 솔드아웃이 많은것 같다.



나는 이걸 보자 스낵류 자판기 앞에서 돌아서던 '안'이 생각나 안에게 톡을 보냈다.


"Ahn, where are you now?"

"I have something to show you."


그러자 안은 교실 앞이라고 했고 그래서 내가 교실 앞으로 가 안을 만난 뒤에, 나 따라와봐 했다. 그렇게 이 자판기 앞으로 가서 보여줬더니, '이거 전에 본 적 없는데?' 하면서 좋다고 고맙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대한민국의 미친 오지라퍼!!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후 수업시간은 말하기 듣기 시간이었는데, 내 옆에 앉은 중국인 '쒸엔' 과 말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기 하다보니 내가 왓츠앱에 친구로 등록하자고 해가지고 친구 등록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쒸엔이 막 흥분해가지고,


"나 왓츠앱 친구는 니가 처음이야!" 하면서 화면을 보여주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두 명있는데 다 선생님이야"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급에서 왓츠앱 단톡방을 하고있는데 그래서 선생님 두 명만 친구 등록 되어있었던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나더러 걸그룹 만난적 있냐는게 아닌가.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한국에 살면 걸그룹을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될 줄 알았어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야 아니야! 막 이랬는데,


대화중에 선생님이 항상 돌아다니면서 같이 대화를 하는데, 우리쪽으로 와서 한국 가서 올리브영 가고 싶다고 해가지고 내가 '올리브영은 어딜가나 있다 많이많이 있다'고 말햇다. 보톡스도 맞고 싶다고 스킨 케어 받고 싶다고 해서, 그건 압구정 가라, 그런데 사실 정확히 가격은 나는 잘 모른다 나는 관심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런 얘기를 하고 선생님이 갔는데, 나랑 간혹 번역앱 통해 얘기하던 쒸엔이 선생님 가자마자 번역된 화면을 내게 들이밀어 보였고, 거기엔 이렇게 써있었다.


<나는 너가 너무 자신감있게 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빵터져가지고, 고마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런 말을 번역앱으로 보게 되면 뭐라고 반응해야 하나요? 


그러다가 쒸엔이 너 중국말 할 줄 알아? 물어서 아니 전혀 모르는데, 며칠전에 한 명이 '띠티에 '알려줬고, 어제 다른 한 명이 '니하오 랑 짜이치엔 알려줬어." 했다. 그랬더니 오! 하면서 좋아하길래, "너도 하나 알려줘" 했더니, "쎼쎼" 알려줬다. 땡큐라고. 그래서 깔깔 웃으면서 알았다고 배웠는데, 수업이 끝나고 어제 나에게 니하오랑 짜이치엔 알려줬던 친구들에게(두 명이었다) "짜이치엔" 했더니 둘다 소리지르면서 좋아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양손 엄지손가락 들어올리며


"You're smart!"


하는거다. 아니 ㅋㅋㅋㅋㅋ얘들아, 언니는 이탈리아어로 크로아상도 주문해 먹는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나 오늘 하나 더 배웠어. 쎄쎄" 했더니, 애들이 발음 고쳐줬다. 그래서 내가 


"내일 또다른 단어 하나 알려줘" 했더니 알았다고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서 씨유 투마로 하고 헤어져서 각자 집으로 갔는데, 

지하철역 가기 위해서 횡단보도 기다리면서 핸드폰 보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날 쳐다보던 몽골인 '엥크리'.. 


하이, 하우 아 유? 하니까 엥크리는 힘들다고 했다. 


수업이 어려워?

아니 어렵지는 않은데 너무 오래 공부해.

이해해, 나도 그래!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같이 걸어갔다. 엥크리는 공부 너무 많이 해서 머리 아프고 몽골 음식도 먹고 싶어. 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하철역까지 같이 가서 서로 다른 노선 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하철 타면서


"아 오늘 되게 즐겁네. 재밌네?"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제 학교에 노트북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수시로 알라딘 들어오고 있다. 아까 브런치랑 투비에 글도 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런치에 후원금도 들어와서 맥주도 샀다.




여러분이 맥줏값을 후원해주셔서 제가 이렇게 박스로 쟁였.... 흠흠.



지난주에 숙제할 때 숙제를 할 수 있는 학교 웹사이트가 열리지 않아 당황해서 단톡방에 물었었다. 선생님은 '그건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답을 하셨는데 챗지피티에게 물었더니 '그거 교재에 있을 수있어'라고 답해서, 아 맞다, 오리엔테이션 때 말했었어, 그게 이거구나, 책 표지 긁으면 비번 나온다는거! 해가지고 해결했단 말이지. 그렇게 로긴 정상적으로 되었는데 화면이 안보이길래 다시 나갔다 로긴했더니 됐다. 다른 애들은 아무 반응도 없길래, 흠, 애들 나름 영어 실력이 좋은가보구나, 이거 못하고 못알아들은거 나뿐인가 하노라, 하고 숙제를 했단 말이야? 그 날이 토요일 오전이었다.


토요일 오후.

모르는 번호로부터 톡이 왔다. 단톡방에서 나를 알게되어서 나에게 개인적으로 톡을 보낸건데, 나 이거 로그인했는데 왜 안보이지? 물어본거다. 그래서 '너 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로긴해봐' 했더니, 그 후에 됐다고 화면 인증해주면서 고맙다는거다. 사실 걔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일요일 오후.

안으로부터도 톡이 왔다. 이거 어떻게 들어가는거야? 나도 너랑 똑같은 문제가 있어. 해가지고 교재에 그거 스크래치 긁어봐, 거기에 있어, 했더니, 오 고마워!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들 몰랐구나? 했는데,


오늘은 중국인 친구 한 명이 칠판의 알림을 보고 


티에이피가 뭐야? 묻는게 아닌가.



그래서 너 출석하기 위해 교실에 있는 큐알코드 스캔하잖아, 그거 탭한다고 해, 하면서 내 손을 움직이며 이렇게 하는거 탭, 했더니 오! 고마워고마워 했는데,


잠시 후에 자리에 앉은 쒸엔이 나에게 저 안내 가리키면서


"저게 무슨 뜻이야?" 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똑같이 말해줬더니 오! 하는거다. 아니, 애들이 탭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그래서 '쪼끔' 더 오래 산 내가 탭도 알려주고 숙제하는 것도 알려주고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 처음 물었던 친구 열여섯

쒸엔은 열여덟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자판기 알려준 안은 스무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나에게 공부 힘들어, 라고 말한 엥크리는 열아홉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쪼끔 나이 많은 언니가 다 알려줄게.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언니가 아닌게 너무 좋다. 한국이었으면 나를 언니라고 불렀을텐데, 그게 아니라서 너무 좋다. 아무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지 않고, 누나라고 부르지 않과 'you' 라고 하는게 너무너무 좋다. 언니라고 불렸으면 진짜 너무 싫었을 것 같고 학교가 재미없었을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단지 '유' 여서, '너'여서 너무너무 좋다. 하하 즐거워!!


그나저나 전교일등 하고 싶은데, 학급에 좀 천재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해서 일찍 유학온 아이들... 

휴..



투비도 간단한 연재를 새로 시작했고

브런치에도 복사하지 않은 글을 올리려고 한다.


https://tobe.aladin.co.kr/n/484788


https://brunch.co.kr/@elbeso77/108


저녁도 먹었으니 고추장 사러 나갔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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