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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스

금요일 퇴근 후에 달리고 싶었는데 그 날 너무너무 피곤해서 달리기를 패쓰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달려야지,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비가 오는게 아닌가.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는데 얼라리여 날이 개었다. 토요일 오후에 약속도 있던 터라 흐음, 부지런히 움직여서 달리고 올까 아니면 편하게 쉬다가 나갈까, 하다가 어차피 침대에 있다고 잘 것도 아닌데 달리자, 하고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달리러 나갔다. 버스 오는 걸 체크해보니 한강보다 올림픽공원을 가는게 빠르겠더라. 그렇게 보성고등학교 앞에 내려서 오랜만에 올림픽공원을 크게 돌아야지, 하다가 충동적으로 송파둘레길로 빠졌다. 그곳은 아주 오래전에 자전거를 탔던 곳이었는데, 오, 한 번 달려볼까? 하고 달렸다. 벚꽃이 아름답게 피기로 유명한 곳인데 내가 달릴 때에는 이미 많이 져있었고 아아, 그리고 바람 불어 꽃비가 내리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간 달려보지 않았던 길이라는데에서 오는 설렘과 꽃잎이 나부끼는데, 와 진짜 기분이 끝내줬다. 무엇보다 비가 내리고나서 길이 얼마나 깨끗하고 한적한지. 정말 최고의 기분이었다.




꽃비가 우수수 내리고 있는게 너무 아름답고 신나서 나도 인스타그램의 많은 인플루언서들처럼 달리면서 영상을 좀 찍어볼까 하고 도전해보았다. 그러니까 러너들 보면 막 달리면서 영상도 찍고 자기 손으로 1km, 10 km 이러고 가리키기도 하길래 그래 나도 한 번, 하고 영상으로 설정하고 나한테 맞췄는데, 으앗, 나 얼굴이 너무 추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금 멀리 떨어뜨려도 가까이 와도 와 너무 추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인플루언서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영상은 차마 식구들한테도 보내지 못하고 삭제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실은 잔인한 것이여~



처음 달려보는 길은 그 자체로 신났고 게다가 달리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신났다. 


그리고 집으로 와 씻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일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된 고깃집이 너무 괜찮아보여서 친구에게 여기 가자, 했던 터다. 88갈비 라는 곳이었는데 검색하다보니 '구디 88갈비'라고도 하더라. 구디 88갈비라니, 상호인가, 체인인가, 하다가 나중에 위치가 구로디지털단지역이라는 걸 알고나서야 앗, 구디가 구로디지털단지의 약자였어, 했다. 와.. 대충격.


하여간 갈비집 가서 오픈런 해가지고-우리가 좀 일찍 도착했다- 고깃집 근처 한바퀴 돌고 그리고나니 가게 앞에 사람들 줄 서있길래 우리도 얼른 줄 서서 시간이 되자 입장할 수 있었다. 여기 고기를 다 구워서 내준다길래 그게 너무 좋아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거다. 친구랑 나는 만나면 수다 삼매경이기 때문에 고기 구울 시간이 없고 고기 구울 정신이 없어.. 그래서 이렇게 다 구워 내어주는 곳이 좋은 거다. 그렇게 짠- 한상 차림!



저 고기가 2인분인데 보이는 것보다 먹다 보면 양이 많다. 선지해장국은 서비스. 이렇게 다 구운 채로 내어주니 얼마나 편한가.

사이드도 몇가지 잇었는데 나는 여기 떡볶이가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떡볶이도 주문했다.



ㅋㅋㅋㅋ 가래떡이라 넘나 좋군. 그리고 떡볶이도 양이 많아. 이 떡볶이는 그래서 좀 남겼는데, 지금까지 계속 생각난다. 아까워.. 다 먹었어야 했어.. ㅠㅠ


그리고 친구랑 건배!!



하여간 맛있게 먹고 2차까지 갔고 집에도 결과적으로 잘 가긴 했지만, 구로디지털단지역은 나에게 멀다. 너무나 멀다. 고기가 내 입맛에 살짝 달았기 때문에, 와 이렇게 먼 데 다시 올 일은 없겠다, 먹어봤으니 됐다, 했는데, 이 집에 이렇게 구워서 주는 갈비가 양념도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고, 양념.. 도 먹어보고 싶은데? 이렇게 되어버렸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너무 멀어, 못가겠어, 그런데 양념갈비만 마지막으로 한 번 먹으러 다녀올까.. 이렇게 되어버린.. 하아- 
















3월에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친구는 재미있다고 했다. 얼마전에는 서재에서 ㅈㅈㄴ 님이 이 책을 읽고 구매자평을 쓰셨다. 그 분의 평도 좋았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이고, 그러니까 안읽어서 이 책의 내용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지만,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왜.. 지루하지? 나는 안지루한데? 그러고보니 나는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네? 왜.. 지루한거지, 다른 사람들은? 왜?'


나는 지루할 틈이 없다. 머릿속에 언제나 계획, 계획, 계획들로 꽉 차있어. 그러보고니 정말 나는 '아 지루하다'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책 읽다 그 책이 지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 이 페이퍼를 쓰면서 '양념 갈비 먹으러 딱 한 번만 구디 더 다녀올까' 이러면서, 갑자기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떠올라버렸다. 나는 안지루하다....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일자산엘 갔다. 

걷고 뛰고를 반복했는데, 푸른 산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직 완전히 진한 초록으로 물들기 전의 산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록과 연둣빛, 따뜻함, 새소리, 얼굴을 스치는 바람, 냄새까지. 산은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한 장소이다! 일자산은 뛸 곳도 많아서 그런 곳이 나올 때마다 뛰었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게 너무 신나서 이얏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렇지만 산에 와있는 많은 사람들... 놀라겠지요. 꾹 참고 달렸다.


산은 사랑~








신나게 달리고 집에 와서 씻고 화분에 물을 주고 간식을 먹었다. 샐러드 도넛츠 사온 것과 함께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왜이렇게 맛있는건지.. ㅋㅋㅋㅋㅋ 정말 꿀맛이었다!



자, 오후에는 좀 독서를 해볼까. 나는 아직 모비딕을 다 읽지 못했다. 책상에 모비딕을 읽으려고 똭 펼쳤는데 내가 아직 듀오링고 그 날치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됐고, 자, 그럼 잠깐 듀오링고를 해준 뒤에 책을 읽을까, 하고 듀오링고 앱을 열었다. 영어 하나 해주고 며칠간 하지 않고 미뤄뒀던 스페인어도 하나 해주자 싶어 학습하기를 눌렀다. 스페인어는 아주 재미있게 처음부터 잘 해오고 있었는데, 레벨13이 되니까 너무 어려웠다. 예전에도 스페인어 했다가 이쯤 되자 너무 어려워서 싹 다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더랬다. 그래서 다시 13이 되었는데, 아, 너무 어렵다. 아직도 usted 의 쓰임을 모르겠고 yo soy 와 estoy 의 쓰임을 구분을 못하겠고.. 하아. 어려워. 나는 잠자고 있던 스페인어 학습책도 꺼내서 usted 에 대해 읽어보고 다시 학습하기를 천천히 해보고, 그러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 먼지만 쌓이고 있던 스페인어 사전을 꺼내서 단어도 찾아본다. 



치열한 공부의 흔적.. 그렇게 한 학습을 한 15분 했나... 침대로 가 쓰러져 낮잠을 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어나서 저녁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면서 새로 생긴 음식점 앞에 서서 엄마한테 여기 한 번 와보자, 막 이러다가 한시간 반정도 산책하고 들어와서 다시 마저 모비딕을 읽었다. 휴..



책을 샀다.



향수는 샤넬 마드모아젤인데 선물 받았다. 샤넬 향수 선물받은거 자랑할려고 부러 책과 함께 찍었다. 이거 자랑할려고 향수 부러 회사로 가져오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랑 만세!! 샤넬 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향기 개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넬 향수는 향이 진해서(오 드 퍼퓸) 보통 거부감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이 진한 향 디게 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드 뚜알렛은 씅에 안차버려.. 하여간 이렇게 고급진 향수와 함께 있는 책들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리뷰대회가 있고 1등 상금이 1백만원이라고 해서 급박하게 샀다. 과연.. 나는 1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리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기한 내에 읽기는 할것인가... 나도 모름.


[계엄령]은 읽어보려고 사긴 했는데 책값 비싸다 ㅠㅠ















쿠폰 사용을 위해 주로 시사인을 사고 이번주 시사인을 샀다면 후워즈 시리즈를 검색해보곤 한다. 그렇게 나폴레옹을 샀다. 나폴레옹이라면.. 그 막스 갈로가 쓴 네 권짜리를 아주 힘겹게 읽어낸 적이 있지만, 기억나는 건 그의 얼굴에 여드름.. 이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싶어 후 워즈 시리즈로 샀다.



토요일에 만난 친구에게 "네 주변에서 내가 가장 자본주의에 찌들어있지?" 라고 얘기했었는데, 세상에, 이런 책이 나왓다.















제목하여 자본주의와 페미니즘 이래.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페미니즘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 이 책의 논지는 어느식일거라고 충분히 짐작가능한데, 부제에 보면 '두 페미니스트의 서로 다른 시선' 이라고 되어 있어서 그 점이 흥미롭다. '다른' 시선은 도대체 어떤 시선일까? 그래서 이 책을 사려고 벼르고 있는데, 저 이제 책 진짜 그만 사야되지 않아요? 훌쩍.
















갑자기 사고 싶은 책에 대해 얘기하는 엉뚱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는데 이 책, [살인하는 여자들]도 읽어보고 싶다. 여자들의 이 살인에는 명분이 있을거라는 합리적 편견을 나는 가지고 있다.


유명한 책, [이웃집 살인마] 에는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자신을 버린 배우자에 대한 살인 판타지에서는, 남녀 간의 차이가 그리 크게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판타지를 실행할 가능성이 주요한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성들이 자신을 버린 배우자를 살해한 반면, 여성들은 살인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될 만큼 심하게 자신을 격리하고 학대하며 위협한 배우자를 살해했다. -데이비드 버스, [이웃집 살인마], p.174


간략히 말해,여성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살인의 주된 동기는 자기 보호와 위험한 결혼으로부터 도망치려는 필사적인 욕망이다. 이렇게 학대적인 관계에 처한 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의 배우자를 떠나려 시도한,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는 많은 여성들이 수잔 라이트보다 더 운이 없었다. 적어도 수잔은 자신의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데이비드 버스, [이웃집 살인마], p.171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다가도 생각한건데, 때로는, 죽이는 것말고는 답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숱한 사례들이 [살인하는 여자들]에 실려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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