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연휴동안 부지런히 달려서 48kg 의 몸무게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축농증 이슈 때문에 무너졌다.
지난 주말 산에 다녀온 뒤부터 기침과 가래가 시작됐는데 병원가 사흘치 약을 받아 먹었지만 낫지 않았던 것. 연휴 시작과 동시에 동네 내과를 찾았는데 축농증이라고 했다. 흐음. 사실 그런가 싶긴 햇지만 어쨌든 기침과 가래가 고민인데 기침 가래약을 받았으니 걍 먹어보기로 했다.
약국에서 약 처방을 받는데 항생제를 6일.. 이나 주어서, 저기요 선생님, 혹시라도 그걸 중간에 빼먹으면.. 건너뛰면 안되겠지요? 물었는데 약사 선생님은 왜 빼먹으려고 하시죠? 물으셨고 나는 작게, 술.. 마셔야 해요.. 라고 했다. 선생님은 술을 마셔도 약은 먹으라고 술 마시는 것도 몸에 나쁜데 약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나으려고 하냐, 약도 먹고 술도 마시라고 했다. ㅎㅎ
그리고 토요일, 친구랑 일자산에 갔다.
날이 아주 좋았지만 가래가 심해서 걷는동안 목구멍에서 가릉가릉 했다. 힝 ㅠ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47.jpe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48.jpeg)
목구멍에 가래가 끓어 걷기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쩼든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와 친구랑 오리 로스구이를 먹고 2차로 닭똥집 튀김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다른 친구와 일자산을 갔다. 이번엔 전날보다 더 추웠다. 날씨가 별로였다. 목 상태는 전날보다 나아서 중간중간 평지에서 뛰었다. 친구는 오르막인데도 아주 잘 뛰더라.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49.jpe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51.jpeg)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53.jpeg)
이 친구랑은 1차로 소고기를 4인분 먹고(맛없었다) 2차로 만두전골을 먹었다(네?) ㅋㅋㅋㅋ
하여간 48kg 만들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친구는 그렇다면 몇 kg 을 감량해야 하냐 내게 물었고, 음, 아마도 수십키로? 라고 나는 말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화요일날 남동생네가 오기로 했었는데 월요일에 여동생 혼자 하루 먼저 와서 우리는 함께 백화점을 쇼핑하고 요가센터에서 같이 요가도 했다. 저녁도 맛있게 같이 먹고 새벽 두시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음날은 남동생 식구들과 여동생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집이 왁자지껄 시끄러웠는데, 다섯살 조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서 진짜 너무 좋았다. 이 아이들이 같이 모여 노는걸 보는게 너무 좋아서 나는 기꺼이 명절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58.jpeg)
아오, 저 작은 손 좀 봐.. 얘네들 같이 노는거 너무 예쁘다 진짜!!
신나게 같이 놀고 먹고나서는 잠들지 않은 몇 명만 거실에서 <중증외상센터>를 같이 보고, 그리고 거실에서 나랑 여동생이랑 타미가 함께 잤다. 자다보니 타미의 손이 내 얼굴에 얹어져있고 타미의 발은 내 종아리에 걸쳐져 있었는데, 이게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자다 깨서 웃었다. 이불을 다시 제대로 덮어주고 자는데, 이런 순간조차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서 잠든 사람이 나에게 발을 얹었을 때 웃음이 날 확률은?
후훗.
이번 설에 특별히 음식을 내가 준비한 건 없었는데, 그래도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어 루꼴라부라타치즈 샐러드를 만들었다. 다섯살 조카는 맛없다고, 치즈는 노란 치즈만 맛있다고 했는데 타미랑 둘째조카는 너무 맛있다고 했다. 다 먹고나서 이모가 해준 샐러드 또 먹고 싶다고, 다음에도 오면 해달라고 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65.jpeg)
다른 재료는 있었지만 방울토마토는 없었는데, 마침 일요일에 일자산 같이 간 친구가 집에 가면서 미리 준비해온 방울토마토 두 박스를 선물해주었다. 식구들과 같이 먹어요, 하고. 덕분에 샐러드에도 넣어 맛있게 먹었다. 스테비아 토마토였는데 망고맛과 청포도 맛이었다.
설 당일날엔 모두 모여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조카들에게 주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세뱃돈을 받지 못했지만 나가는 건 많이 나갔다. 부모님께도 내가 드리고 조카들에게도 내가 주고.. 나이들어 싱글이라는 건 세뱃돈이 나가기만 한다는 걸 뜻하는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통장이 텅 비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고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집안 대청소를 하고 뛰러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찼고, 5km 만 달려보자, 하고 나갔지만 중간에 기침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3km 에서 멈췄다. 달리기를 멈춘 후에도 한참동안 발작적 기침이 나서 너무나 힘들었다. 어휴, 그래서 이번 연휴에 달리기는 그만두자, 생각했다. 48kg.. 안녕.. 기침 때문에 달성 못했어. 정말 기침 때문이었어...
연휴동안 책을 많이 읽자고 생각했지만, 사실 잠을 정말 많이 잤다.
기침약 먹으면 잠이 쏟아져서 잠을 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잤다. 자고 또 잤다. 일어나서 먹고 또 잤다. 그래서 48kg 를 만들 수가 없었다. 다 기침 때문이라니까?
책을 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69.jpeg)
잭 리처 시리즈인 [처단]은 연휴때 읽을라고 급박하게 샀는데 읽지 못했다. 아아, 나여..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단발머리 님 서재에서 자주 보았던 책이지만 과연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한참을 미루다가 한 번 사봤다. 어쩌면, 조금쯤은...
[폴란드인]은 존 쿳시의 신작이라 샀다. 오래전에 [추락]을 읽은 후로 존 쿳시의 책들을 계속 읽고 사고 있다.
[아픈 몸을 살다]..를 샀는데, 박스를 열고 책을 꺼내보니 익숙한 책의 모습... 집에 어쩌면 이 책이 있을 것 같아 겁나지만, 정말 있을까봐 애써 찾아보거나 뒤져보진 않았다.
이번 연휴에 추리 미스테리 쪽 소설을 죄다 조져버리겠어! 라고 결심하고 [존재의 모든 것을]을 샀지만, 건드리지도 못했다.
남동생이 온 김에 그간 읽은 책 추려고 준비해놨는데 내 책장에 놓인 이제 막 새로 산 책 [한밤중의 마리오네트]를 보더니 누나, 이거 재미있겠다, 하고 내가 읽지도 않았는데 가져가버렸다. 그래, 먼저 읽고 줘...
[십자군, 성전과 약탈의 역사]는 구매자평에도 썼지만, 국힘 전의원이 법원 폭도들을 향해 십자군이라 칭해서 뭐라고?? 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국사,세계사에 엄청 무지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어디 한 번, 하고 보는 편이다.
하도 많이 잤더니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서, 이번달 여성주의 책은 [제국주의와 남성성]도 다 읽었고,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영어는 아니고요] 도 꺼내서 다 읽고 내친김에 [십자군, 성전과 약탈의 역사]도 다 읽고 잤다. 덕분에 잠을 못잤다. 뭐, 출근 하기 싫어서 못잔걸지도 모르겠다. ㅋㅋ
그렇게 나는 출근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79.jpeg)
익숙한 양재천,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양재천. 저기, 개를 산책하는 사람이 보인다.
일을 시작할 준비를 했고, 보쓰에게 보고할 자료를 출력해 두었고, 커피를 내렸고, 그리고 예의 책과 함께한 사진을 찍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31/pimg_7903431034587681.jpeg)
오늘 일하면 다시 주말이라는 건 좋지만 시간이 빨리 가는것 같아 너무나 아쉽다. 벌써 1월이 다 가버리다니.
2월에 해야할 일, 5월에 해야할 일, 그리고 가급적 5월 안에 해야 할 일을 계획했다. 이루고 싶은 일과 연습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정말로 48kg 가 되고 싶은건 아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