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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벽
  • 치부 노트
  • 정성은
  • 16,920원 (10%940)
  • 2026-09-02
  • : 2,600

자려고 누웠는데 미남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성은, 내가 미국에 가 있는 사이에…….”

“혹시 목에 있는 여드름, 병원에 가서 짜게 되면 영상 좀 찍어 보내줄 수 있나요?”

“……?”

미남의 취미는 여드름 짜기다. 어렸을 적 엄마의 등 여드름을 짜주다 재능을 발견했단다. 나는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 싫었다.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 모두가 내겐 부끄럽고 더러운 물질이었다. 코딱지, 땀, 똥, 침, 피지, 오줌, 정액, 귀지 등. 하지만 늦은 나이에 섹스를 경험하고 느낀 건 일종의 배신감이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물고 빨고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왜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았지?

(-)

그날 이후 미남은 이거 짜도 돼? 묻다가도 나는 나를 통제해야지…… 하며 포기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래도 가끔 너무 하고 싶어하거나, 이유가 타당할 때면 허락해주곤 했는데, 하루는 내 눈가를 보더니 왜 화장을 지우지 않느냐는 거다. 아닌데, 눈 화장한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생긴 건데. 어릴 때부터 연한 갈색으로 톤다운 된 눈매였다. 이제야 발견했는지 나더러 라쿤처럼 생겼단다. 그래 뭐. 귀여운 동물이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말.

“오! 이것은 보지 색이에요.”

보지 색이라니……. 한국 성인 남성에게 들었으면 단박에 네이트판에 올렸을 텐데. 어눌한 말투의 외국인이 말하자 시답잖게 느껴져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자 답한다.

“고등학교 때 친한 게이 친구가 알려줬어용. 여자 보지 색이랑 젖꼭지 색은 똑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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