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인간
이효영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처음 보았다
신비한 나의 조카야
너는 자랄 수 있지
너는 잘할 수 있지
건강할 수 있지
똑똑할 수 있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지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학생이 될 수 있지
외롭지 않을 수 있지
아프지 않을 수 있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지
무엇보다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지
뭐든 할 수 있지
나처럼 안 될 수 있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가장 거대한 인간
지금은 시치미 뚝 떼고
조그만 아기로 누워 있네
청소년 시선 『나는 산책 중에도 길을 잃어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