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가레의 프로이트 읽기는 자신의 주장의 일관성을 위하여, 프로이트의 텍스트의 어떤 부분을 논의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리가레도 자신이 공격하고 있는 아버지의 남근형성적phallomorphic 특성을 보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런 이리가레에 대한 갤럽의 비판은 이것으로 일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는 이리가레의 일관성 없는 프로이트의 읽기를 칭찬하면서, 일관성 위주의 남성 체계를 극복하는 점은 칭찬하고 있다. 이런 갤럽의 읽기는 하나의 쟁점에서 상반적인 것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이론의 융통성을 보여주며, 모든 입장이나 정체성이 어떤 하나로 일관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것이 함께 한 개체나 정체성 속에 있을 수 있음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무의식에는 상반적인 것이 함께 존재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를생각할 때, 유혹을 통해 일체성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갤럽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잘 구현하면서, 상반된 것을 함께 보유할 수 있는 체계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남성성과 여성성 혹은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서로 공존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 P152
항상 탈주 중인 주체로서의 식수는 <항상 현재의 지나가는 것>을 쓰고 있으며, <글쓰기 팔루스>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나아가 성별, 인종의 구별을 초월한 수많은 타자들로 대체된 그녀의 글쓰기 장면의 동반자와 새로운 관계 속에서 더불어 글쓰기를 실천하고 이론화하고 있다.- P179
언어학과 정신분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리가레는 플라톤을 위시한 서구 철학의 담론에서 여성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제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여성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서구 형이상학 전통의 실패를 드러내보임으로써 남성의 담론, 남성의 텍스트를 해체하고, 여성의 재현을 가능케 하는 상징적 재분배가 절실함을 역설한다.- P182
서구 철학과 프로이트, 라캉을 중심으로 한 정신분석 이론에서 이리가라이가 중요시 여기는 성 차이 sexual difference의 개념은 은폐되어 왔고, 여성의 성은 이제까지 항상 결핍 내지는 부재로 특징지어져 왔다. 남성 중심의 철학적 사고로부터 여성적인 것을 해방시키고, 남성적 관점의 반사물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관점, 여성의 언어를 찾고 여성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노력이 이리가라이가 쓴 다양한 글의 공통 분모를 이룬다고 하겠다. 이것은궁극적으로 새로운 상징질서를 모색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