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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별
  •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군지 메구
  • 12,600원 (10%700)
  • 2020-11-18
  • : 52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린, 해부학자. 

흥미롭고 생소한 이 두 가지 조합 때문에 책을 읽게 됐다. 

책 제목처럼 저자는 기린해부학자가 하는 일과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본 동물원의 동물들이 죽은 뒤 어떻게 되는지도 엿볼 수 있는데... 그게 어디 일본 뿐이랴. 세계 어디든 인간들이 만든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 대부분이 죽은 뒤 겪게 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몸을 보시해 준 동물들과 학자들 덕에 우리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아가고 있다. 동물의 사체를 다루는 저자는 동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그들의 보시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탐구하겠다고 다짐한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직업 윤리가 아닐까 싶다.

기린에 대한 소소한 정보에서부터 전문적인 지식(특히 기다란 목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한 조건들)도 담겨 있어 기린 마니아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또 해부학자나 그와 비슷한 계통의 진로를 생각하는 청소년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근육의 이름을 구분하여 명기하는데 연연하여 첫 해부를 망쳤던 저자가 근육의 이름과 구분으로부터 자유로와져 눈앞의 사체를 제대로 관찰한 부분이다. 

"스스로 이론을 세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면, 뛰어난 관찰자가 될 수 없다."는 그 유명한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했는데 책을 덮고도 그 말이 계속 생각났다. 

내 삶과 주변을 관찰할 때 나는 남이 만든 이론이나 상식에 사로잡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삶의 관찰자로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이름에 연연하는 짓은 일단 그만두자.‘ 이렇게 생각하고서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시로의 사체로 돌아섰다. 눈앞의 근육은 어느 뼈와 어느 뼈를 연결하는 걸까? 이 근육이 수축하면 기린의 몸은 어떤 식으로 움직일까? 커다란 근육일까? 작은 근육일까? 길까? 짧을까? 근육 이름은 하나도 모르지만 눈앞에 실제 기린 사체가 있다면 생각할 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러고 나서야 처음으로 내가 교과서만 바라보고 기린 쪽은 거의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처럼 기린 사체가 눈앞에 있는데,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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