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
augenblick 2025/04/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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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인사
- 함정임
- 13,500원 (10%↓
750) - 2025-02-28
: 1,190
내게 <밤 인사>는 끊임없이 찢어지고 뭉쳐지는 파도같은 소설이었다.
울주 간절곶에서 스페인 포르부, 다시 부산으로.
이 소설은 길이의 곱절은 쉽게 넘을 거대한 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벤야민을 만나고 난 뒤, 한 사람이 사라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죠. 17.
강지섭의 자리를 대체한 <어떤 여름>과 함께 파리로 출발한 미나.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할 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책은 <모스크바 일기>다.
이 책 <모스크바 일기>는 발터 벤야민이 모스크바에서 보낸 두 달여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발터 벤야민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에 관한 책. (발테 벤야민은 포르부에서 자살했다)
그러니, 우리는 어째서 미나가 <모스크바 일기>를 쥐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발터 벤야민은 라트비아 출신 여배우인 이샤 라치스와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복잡한 일기를 전개해간다.
연출가 라이히와 동거중이었으나, 라치스는 벤야민에게 강렬한 감정 그 자체였다. 라치스는 벤야민과 만나면서도 라이히와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평행선처럼 존재하는 소설 속 장-미나-윤중의 이야기가
이들 세 사람의 관계와 얽히며 너울거린다.
모든 상실은 사랑을 입증한다. 166.
벤야민은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는 예술과 사회적 역할에 관한 여러 책들을 썼으나
망명 속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장은 미나의 숨결이 느껴질 수록 마음이 뜨거워지면서도, 미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알리려 애쓰면서도,
끝내 미나 때문에 만들어놓은 sns를 미나에게 전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미나는, 장에게 벤야민의 평생 화두였던 통로에 관한 화두를 남겨놓았다.
문명의 역사는 동시에 야만의 역사다. 148.
그러니 이들의 얽힘과 엇갈림에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넘어선 인생의 역설을 읽는다.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Le vent se lève,
Il faut tenter de vivre.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119.
역경 속에서 사는 인간, 그 인생의 평온을 기도하는 소설, 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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