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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jasee님의 서재
  •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록산 게이 외
  • 16,200원 (10%900)
  • 2018-02-10
  • : 266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엄마가 된 작가, 페미니스트 작가, 대필 작가, 독립출판 작가, 성소수자 작가 등 지칭하는 말도 각양각색인 여러 작가가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부터 자신의 책이 나오게 된 과정과 때론 세세한 수입까지. 그간 겪었던 고충과 조언, 작가로 사는 삶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작가들의 솔직한 고민과 현실적인 조언이 전해져서 좋았다.


그래서 돈 잘 버는 작가가 있을까? 대답하자면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부유한 작가는 없었다. 물론 전업 작가로 형편이 괜찮은 작가는 몇 있었지만, 대부분 작가는 겸업을 하며 글을 쓰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프리랜서로 살고 있었다. 글쓰기로는 어느 누구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글만 써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게 현실의 답이었다. 그런데도 왜 글을 쓸까.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작가들은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었다.


한때는 나도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열댓 권의 책을 쓴 유명한 동화작가였다. 전업 작가로 살고 싶다는 내 이야기에 그녀는 말했다.


"기본적인 생계를 책임질 본업은 따로 있어야 해요. 그래야 글을 쓸 수 있어요. 저도 논술 선생님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글을 써요. 글만 써서 돈을 벌 순 없어요. 대신 저는 동화를 쓰니까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이 직업을 택했어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글감과 경험을 많이 쌓아요. 작가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관찰해야 해요. 책상에만 앉아있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후로도 동경하는 작가들을 만나봤지만 모두 비슷했다. 기자, 편집자, 방과 후 교실 선생님, 한국어 교사, 때론 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도 있었다. 그 후로 나도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내 글을 썼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상업적인 글을 쓰는 것도, 글쓰기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도 결국은 모두 작가의 일이라는 것. 책 속에서 작가 넬 보셴스타인이 동경하던 시인에게서 들었던 말을 옮겨본다.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소방관이 되거나 경찰이 되거나 선생님이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화학자가 되거나 전기공이 되세요. 하지만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작가로만 지내는 것은 울타리 너머 세상을 탐험해야 할 때 우리에 갇혀 같은 조랑말들하고만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라고 시인은 말했다. 그의 원칙은 단호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 185p


책 속의 또 다른 작가 이윤 리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에게는 어떤 경험이든 좋다고 생각해요, 항상 집에 앉아 있는 것만 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장인물을 만든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물어요. “그럼 돈은 어디서 났니? 이 인물은 어떻게 먹고사는 거니?” 그러면 대답을 못 해요. 온갖 종류의 위기가 있지만 집에서 5주 동안 틀어박혀 있는 인물을 만드는 학생도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줘요. “먹을 걸 사러 나가지 않니? 먹을 걸 사러 밖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어야겠지. 그러면 사건이 벌어질 거야.” 젊은 작가들은 저 바깥에 큰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가는 세상 속에 있어야 해요. - 212p


글을 쓰는 것만이 작가의 일은 아니다. 보고 듣고 묻고 노동하고 걷고 생각하는 일 전부가 작가의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그렇게 모든 감각으로 경험한 것들을 종이에 옮겨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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