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인가 싶은 착각을 하면서 살펴보게 된 이 책은 에세이스러운 일종의 교양 자기계발서라 볼 수 있겠다. 책 한 권 샀을 뿐인데 'Line Letter Set'이라는 어여쁜 편지지와 편지 봉투까지 함께 배달되어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했는데...그렇다! 이 책은 편지 좀 써보라고 말하는 책이다.
영혼이 없는 메시지가 남발하는 연말의 송년인사, 연초의 신년인사가 새로운 공해가 된 시대에...
손글씨로 보낸 연하장 한 번 받아본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지 그 느낌 알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해 보이는 한 아줌마가 일으킨 작은 기적의 신호탄이다.
그녀의 글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다. 내용이 격정적인 감동의 도가니로 폭발하는 것도 없다. 편지의 대상으로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녀가 뭘 해야 할 때, 뭔가를 말해야 할 때 SMS를 보내는 대신에, 라인으로 접속하는 대신에, 카카오톡으로 키득키득 이모티콘 골라내는 대신에, 이메일로 탁탁탁 입력하여 전송 단추를 누르는 대신에 엉덩이를 고정하고 그냥 펜을 들어 편지를 쓴다. 그냥 그렇게 펴ㅤㅛㄴ지를 써서 우체통을 찾는다. 우체국을 찾는다. 매번 다 손편지를 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대로 그녀는 그것이 일상이다. 어지간하면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낸다.
우체국에 편지 한 통 들고 가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해 보면 그것이 스스로를 더 행복하게 하는 길인 듯싶다. 그걸 깨달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만 행복할 수 없어 우리들에게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럼 손편지를 써보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착한 여자다.
그녀의 편지를 받아 본 사람들은 어땠을까?
물론 나는 그녀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편지의 수신자들과의 사연은 어떨까?
하늘이 열리고, 땅이 흔들릴 만큼은 아니지만 반응은 작은 기적의 연속이다.
관계를 바꾸는 작은 습관이 되는 손편지...
어떤 기적란 말인가?
읽어보면 안다.
이 책은 일단 예쁘다!
인터넷으로 물건이 홍보되는 시대에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한 뒤, 기대를 갖고 개봉한 직접 만져보는 책들은 생각 보다 허술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은 풀컬러에 고급스런 종이로 만든 책인데, 가격이 그냥 흑백으로 편집된 얍쌉한 책 보다 오히려 저렴할만큼 아주 착하다. 돈이 아깝지 않고 일단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은 몇 번 읽어보면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늘 곁에 두고 다짐을 하게 해줄 책이 될 것 같다.
어느 날 무심코...
책장 앞에서 멍을 때리다가... 책장에 이 예쁜 책이 꼽혀 있음을 발견하면 다시 한 번 꺼내 보거나 그 제목만 보고도... 아!! 편지를 써야지. 편지를 써야겠어. 그럼 잘 될 거야. 작은 기적이 시작될 거야!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마법의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내게 부적 같은 명작이 될 것이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