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몸을 쓰는 일'을 하지 않으므로, 몸에 대한 강박이 좀 사라졌지만,
'몸을 쓰고', 또 '보여 줘야'하는 일을 했을 당시에는 매일 같이 몸의 무게를 재는 강박이 오래도록 있었다.
운동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돈을 내고 운동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열심으로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의 몸과 얼굴을 평가하고 그것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짐작한다.
강사가 조금만 살집이 있어도,
"자기 몸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누굴 가르쳐?"라는 식의 평가가 대번에 돌아오는 것.
하지만 운동을 하는 목적을 생각해보면 건강하고, 바른 몸을 만들기 위함인데, 왜 다들 날씬하고 예쁜 것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여 요가 강사 생활을 10년 동안 했던 나는 그 때의 강박으로 인해 요가 강사 생활을 그만 둔 뒤에는 몸 쓰는 것을 1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우울한 일이다.
얼마 전,
내가 마음으로 좋아했던 요가 강사 분이 세상을 떠났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이 친구, 좀 위험한데?"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종종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걱정을 표현할 순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 훌륭한 외모와 몸매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결국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을 보며 일부 사람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를 가르치고 있으면서 결국 자기 마음 하나 돌보지 못했다"며 악플을 달았다.
범죄자의 잘못을 법으로 심판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판사라고 해서, 본인이 범법자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얼굴 큰 아저씨가 지금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주고, 몸을 돌보아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자신의 마음까지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질병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제 나의 몸과 외모는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므로(물론 이전에도 아니어야 했다)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밖에서 술을 마실 때면, 좋은 안주를 앞에 놓고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강박이 남아있다.
예전에는 오직 물만을 마시며 술을 마셨는데, 그에 비하면 아주 발전한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 나이가 들어 물만 마시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술을 많이 마실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려,, 했으나,
결국 묵은지 김치말이 김밥 1개를 잘라 먹으며 소주 2병을 마셨다.



그래서 결과는?
개 취함....ㅡ.ㅡ
일요일 전체를 머리를 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날려 버렸다.
아..... 좀 먹자. 먹어!!!

그 와중에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어서, 잠자냥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책을 다운받아 읽었다.
나이듬, 늙음, 그게 뭐던지간에 내 몸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술을 예전만큼 많이 마실 수 없고, 예전 만큼 많이 마시면 .. 탈이 난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밤이 다 되어서야 겨우 기어 나왔다.
침대에 마치 허물을 벗은 것처럼 몸 자국이 나있다.
아. 주말이 통채로 날아갔다. 허무해.
이번주는 좀 열심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