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행정적, 기술적 근대화로 인해 민족을 구축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만들어졌고, 그에 뒤따라 민족에 대한 필요성도 생겨났다는 얘기였다. 이 과정에는 또한 정교한 이데올로기적 책략도 함께하였으니, 언어·교육·기억 등 민족의 윤곽을 다듬고 규정하는 문화적 요소들을 조종하는일-국가 체제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한 곳에서는 ‘희망‘으로 그쳤지만-이 그것이었다. 이 모든 이데올로기적 책략들을 통합하는 최고의 논리는 "정치적 단위와 민족 단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겔너의 뒤를 이어 에릭 홉스봄이 두각을 나타냈다. 홉스봄이 쓴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는 정치 조직체나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던정치 운동들이 어떻게 기존의 문화적·언어적·종교적 재료의 혼합물로부터 ‘민족‘이라는 실체를 만들어냈는가를 방법과 시기 면에서 검토한책이다. 하지만 홉스봄은 겔너의 이론적 대담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였다. "민족이란 이중적 현상이다. 근본적으로는 위로부터 구축되지만, 또한 아래로부터 분석하지 않는다면, 즉 일반 민중들이 품은 가정, 희망, 필요, 기대, 관심 등을 통해 분석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