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와 먹거리가 널려 있는 곳은 시내 중심 곳곳에 있는 백화점이다.
일단 이 안에 한 번 들어가면 먹고 마시며 층마다 매장을 돌아다니다 세일 상품, 기획 상품 행사에 지갑을 열며 문화 행사도 구경하다 보면 하루의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영화관부터 실용적인 것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까지 갖춘 백화점은 현대인들의 놀이터이자 문화 소비 생활관이다.
현재 9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 하고 있는 수도 서울에는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매장들로 가득 찬 백화점들이 역세권마다 자리 잡고 있어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곳도 백화점일 경우가 많다.
백 년 전의 수도 경성에도 백화점이 무려 다섯 개가 있었는데 북촌에는 화신 백화점이 남촌에는 미쓰코시 백화점이 있었다.
이 중에서 남촌에 있는 미쓰코시 백화점에는 한국에 거주 하고 있는 일본인들과 조선 제일의 부유층들이 드나들었고 중산층들은 북촌의 화신 백화점과 조지아, 미나카이.히라타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겼다.

1930년 6월, 조선일보 신문에 미쓰코시 백화점을 자주 방문하고 있는 어느 지식인의 기고글이 실렸다.
이른 아침 세면을 하고 신문을 좀 들춰 본 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미쓰코시 백화점 식당으로 향했다.
백화점 쇼윈도는 언제 보아도 눈이 즐겁다.
제복을 얌전히 차려 입은 엘레베이터 걸이 근무를 4층에 있는 식당에 내려주었다.
식당 안은 아침인지라 비교적 한산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회사와 은행가에 인접해 있어 점심에는 샐러리 맨들로 늘 붐비고 1원 50전짜리 런치가 인기가 있다.
화신 백화점의 70전짜리 한식 세트 메뉴도 맛도 좋고 이정도 가격이면 20원-30원짜리 월급쟁이들도 사먹기 딱 좋은 가격이다.
백화점에 갈 때마다 가벼운 샌드위치나 양과자, 커피와 홍차, 사이다. 칼피스, 아이스크림 같은 걸 꼭 사먹는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돈가스,치킨,가쓰레쓰(치킨 커틀릿), 카레라이스,오므라이스,함박스테이크 같은 양식을 먹고 5층에 있는 갤러리에서 미술 전시회를 둘러보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3층 응접실이 있는 사교 교실에서 각자 시간을 보낸다.
이 기고 글은 2025년 숫자로 바꿔도 현 시대 백화점 속의 풍경과 크게 바뀐 것이 없다.
1932년 7월 시인 이상은 『조선과 건축』에 일어로 된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를 발표했다.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 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 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루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마지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량약이라고쓰어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무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락체공식.
시계문자반에XII에내리워진이개의침수된황혼
도아-의내부의도아-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야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여진다.
검은잉크가엎질러진각설당이삼륜차에적하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 가구를질구하는조화금련.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련한해후에애련하는나)
사각이난케-스가걷기시작이다.(소름끼치는일이다)
라지에-타의근방에서승천하는굳빠이.
바깥은우중. 발광어류의군집이동.
이 시를 쓴 시인 이상이 어떤 목적으로 미쓰코시 백화점을 방문했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지만
1930년 10월 경성 조선은행(현재 한국은행) 본점 건너편에 미쓰코시 백화점이 들어 섰고 이곳을 당대 최고의 모던 보이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곳으로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1929년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던 이상이 1932년은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로 근무하던 시기여서 아마도 일과 관련되어서 백화점에 방문했을 것으로 추측 된다.
난해한 시어로 적힌 이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시인 이상은 백화점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 정원을 둘러 보고 식당이 있는 4층으로 내려와서 라디에터 근방이 있는 1층을 나와서 마지막 비 내리는 시내로 나가 버린다.
이 시에서 15행에 있는 [검은잉크가엎질러진각설당이삼륜차에적하된다] 는 구절은 아마도 에스프레소 농도의 커피에 각설탕을 넣고 럼이나 압생트 같은 독한 술 몇 방울을 넣고 불을 붙이는 커피 로얄로 추측되는데 모던 보이 이상의 특유의 시적인 언어로 묘사했다.

1930년대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드나들었던 백화점은 현재의 시대에는 입장료가 필요 없는 도심 속 생활 유원지로 백화점 1층에 들어서면 왼쪽에서는 고소한 커피와 달콤한 빵과 디저트 냄새가 폴폴 나고 오른쪽에서는 수제 버거 매장에서 두툼한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들이 눈 앞에서 휙휙 지나가고 옥상 정원에 설치된 야외 무대에서는 주말이면 라이브 클래식 연주회와 전시회가 열린다.
1936년 모던 보이 이상은 작품 <날개>에서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이상의 <날개> 마지막 문장
몇 시간 씩 거리는 배회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버린 '날개'의 주인공은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날개가 돋았던 겨드랑이에서 불현듯 가려움을 느끼지만 그에게 날개가 없어서 마음껏 날지 못한다.

시인 이상처럼 겨드랑이에 돋아날 날개가 없어서 마음껏 날지 못하지만 검정 잉크 같은 커피 속에 럼 몇 방울을 넣고 각설탕을 녹여 낸 커피를 마시러 오늘 백화점에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