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내내 장마 비가 내리고 있다.
집안 가득 습한 공기로 가득차니 침구류들을 교체하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거나 재활용 함에 넣고 옷장과 서랍마다 제습제를 교체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를 돌리고 마지막 신발장을 정리하고 나면 하루 반 나절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이렇게 정리하는 동안 지난 밤에 주문한 물건들이 차례 차례 도착을 하고 배송된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 상자들과 포장팩, 뽁뽁이들이 한 가득 나온다.
식품을 꺼내서 각각 냉장고에마다 분류해서 정리하고 나면 플라스틱 류 포장재와 케이스가 한 가득 나온다.
버려야 할 것들,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면 마치 낙타 등에 봇짐을 탑처럼 쌓아 올리듯 천장 높이 만큼 올라간다.

송필,기억저장소,Steel, Bronze, Wood_100x100x265cm, 2017
생이 이어지고 존립하는데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의 양이 이 정도 라면 먹고 마시고 버리고 배설하는 양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일 것이다.
치우고 버리고 정리하고 나면 또 다른 물건을 채우게 만드는 욕망, 소비의 욕망에 불씨를 지피게 만드는 고도의 자본 소비 지향 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의 숙명으로만 받아 들여야 할까?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대략 78세에서 83세 사이라고 할 때 평생 동안 웃는 시간은 하루에 단 90초 뿐으로 이를 생애 마지막 까지 계산 해본다면 고작 한 달을 채 넘지 않는다.
반면, 걱정하고 근심하고 분노하는 시간은 하루에 3-4시간 정도로 만일 80세까지 살게 된다면 걱정과 불안과 근심을 10년이나 하며 살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아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 할 때부터 무한 경쟁의 세계로 떠밀려 들어간다.
이런 경쟁에 아무리 익숙해진다 해도 학교와 사회에서 부딪치고 겪게 되는 여러 부류의 인간관계의 어려움들이 때로는 세상을 순탄하게 살아가기 힘들게 만든다.
공부와 시험의 압박, 업무의 과중함, 일과 승진에서 받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을 날려 버리기 위해 영상물에 심취하고 게임에 빠지거나 여행을 나서도 내가 짊어지고 있는 것들을 타인이 대신 짊어질 수 없듯이 모든 고통과 번뇌,열망과 갈망 모두 나에서 출발해서 내 안에 머문다.
신기하게도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친구가 많을수록, 대화를 나누고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서로 다른 소망과 욕구의 접촉 범위가 점점 커질 때마다 떠안는 스트레스의 크기도 엄청나다.
가끔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한다 해도 죽는 것 조차 그리 간단하지 않고 만일 내가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이라는 한탄을 해도 그나마 건강하게 살아서 존재하는 일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내가 안고 있는 걱정과 근심, 불안과 고통의 양은 얼마 만큼이나 될까.
봇짐 하나,
봇짐 둘,
봇짐 셋,

(c)KIMSOOJA / 2007. Bottari truck – Migrateurs
일상 어딘가에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 너의 진정한 유언이다.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라는 존재도 훌륭하지만,
그건 제쳐두고, 네가 소중히 여기는 샴푸통이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큰 은행나무가,
죽은 너의 영혼을 감싸고,
그렇게 조개처럼 딱딱하게 닫힌다.
영원이 시작된다.
네가 눈을 깜박이듯, 매일 한순간 사랑했던 것들과 함께.
-사이하테 타이의 「진주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