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빠듯한 월급으로 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 하급관리 마카르는 연인에게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건 돈이 아닌 타인의 조롱과 비웃음이라고 고백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 했을 당시 1846년대 러시아 사회는 모두가 ‘절대적 빈곤’만 강조했다.
하지만 지옥의 끝까지 추락해 본 경험을 가졌던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작품 <가난한 사람들>의 빈궁한 하급 관리 마카르의 모습에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좌절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투영 시켜 러시아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청년 빈곤층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불행은 전염병입니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전염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옛날에 검소하고 조용하게 사셨을 때는 겪어 보지도 못했을 불행을 이제 제가 당신께 가져다 드리고 말았군요.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중에서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한 때 각종 매체마다 표어처럼 실려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세상은 가난한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든다.
불행도 가난도 전염병처럼 대를 이어 물려 받게 되듯 개천에서 용이 나오던 시대는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누구든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 해서 좋은 성적으로 시험에 합격해서 전문직에 종사하며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의 연쇄 순환 고리가 사라졌다.
온갖 민원과 항의로 학급 담임을 죽음으로 몰아버리고 같은 반 아이에게 조롱과 협박이 섞인 카톡을 보내는 학부모들,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개근 거지라 부르는 아이들까지 학교는 이미 폭력과 욕설, 조롱과 비아냥으로 서로를 물어 뜯고 싶어 안달 난 야생의 무법 지대가 되었다.
인간이 어떻게 인공지능(AI)과 공존할 것인가가 이 시대의 화두 아니다.
차라리 인공지능(AI)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학폭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묻지마 칼부림 사건에 대비해 어떤 호신술을 배워야 하나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각종 기능 시험 자격증이 있는데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 해야 하나요?
-매주 추첨으로 뽑는 로또 1등-2등-3등 당첨 번호를 알려주세요.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1840년대의 삶과 2026년 현재 시대의 인간의 삶이 크게 달라졌다거나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분명 인류는 진화해 왔고 현재의 삶은 분명 지난 세기 보다 월등히 좋아졌고 나아졌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울분과 증오심, 분노의 크기는 이전 세기보다 더 커졌고 사회적 위치와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기회의 평등의 사다리가 사라져 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고액 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와 사회 존경까지 두루 챙길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5살 유아기 때 부터 학원 문을 두드리고 7살 나이에 의사 고시를 통과 하기 위한 입시 전쟁터에 뛰어들거나 고소득 부모의 두둑한 지원으로 외국인 학교 입학이나 영재 음악원 등록에 매달리고 있다.
“누가 책에 뭐라고 쓰든 가난한 사람의 인생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왜 이전하고 같을 수밖에 없느냐고요?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들을 옷을 뒤집어 보이듯 세상에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중에서
폭 주머니에 흉기를 넣고 다니며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과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지고 있고 아버지가 아들을 총으로 잔혹하게 살해 하고 빚더미에 앉아 가족 모두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 깊숙한 곳 어딘가 썩고 곪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를 파멸 하게 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삶의 이 모든 불안, 이 모든 쑥덕거림, 냉소, 농지거리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