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oveable feast

무엇을 사든, 어디에서든 배달 된 것들을 먹어 치우고 비우고 나면 일주일 동안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그릇들과 용기들이 한 가득 쌓이고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는 즉시 폐기물 박스에 담아 재활용 버리는 날짜에 맞춰 망설이지 않고 전부 버려 버린다.

모든 것이 넘치고 넘쳐 나는 현대 자본 주의 세상에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채워주는 것들의 가치는 돈을 주고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하찮다.

일정 금액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거나  이벤트 기간에 구입 할 때마다 한 두 개씩 쌓이고 있는 텀블러는 주방 찬장을 비롯해서 집안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차곡 차곡 쌓이고 있다.

가족 구성원 별로 갖고 있는 텀블러들을 집집마다 모두 꺼내서 수거 하게 될 경우 열을 차단할 목적으로 제작된  보온·보냉용 텀블러를 제작하는데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을 전부 녹여 산업용  탱크를  제작 할 수 있는 양이 될 것이다.

일회용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메고 폐 비닐과 폐 휴지 상자로 만든 제품을 소비하고 종이 빨대를 사용해도 이 모든 걸 생산하는데 막대한 석유자원이 쓰이고 있다.

개인 당 소비하고 버리는 쓰레기 양을 줄인다 해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에너지와 플라스틱 제품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사용과 배출량을 감소 시키는데 역부족이다.

또한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친환경으로 생산한 제품 포장과 용기 역시 버리고 처리할 때도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다량으로 생산 되고 있는  텀블러는 각양 각색의 디자인과 색감이나 기능을 갖췄다 해도 수 세기전 한반도 고려의 도자기 장인들이 제작하고 생산했던 품질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 없다.

청자는 반도체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이었다. 

당대 세계 최고 부국(富國)이자 문화 강국으로 콧대 높은 북송(960~1127) 사람들도 고려 청자만큼은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천원샵에서 구입하는 물건들은  몇 번 사용하고 나서 쓰레기 분리 수거와  폐기하는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까마득히 먼 시공간의 사람들이 빚고 굽고 칠해 만들어 사용했던 청자들을 볼 때면  현재 내 삶을 잠식하고 있는  수많은 일상적 사물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나무를 베니 남산이 붉게 물들었고

불을 피워 연기가 해를 가렸네

 청자 잔을 빚어 내고 열 가운데 하나, 빼어난 것을 골랐구나

 선명하게 푸른 옥빛이 반짝이니  몇 번이나 매연 속에 묻혔던가

 영롱하기는 수정처럼 맑고  단단하기는 바위와 견줄 만하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 왔나 보구나 

가늘게 새긴 꽃무늬는 묘하게 정성스러운 그림 같구나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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