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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able feast

러시아 태생의 천재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자전적 영화 '거울(The Mirror/ Zerkalo, 1975)'의 전체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기억과 꿈 그리고 환영으로 화면 밖의 감상자들은  목소리만 들리는 1인칭 시점의 한 인물이 들려주는 몽환적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 중년의 남성이 어둠이 깔린 숲 속 길을 헤집고 다니다가 자신의 내면 깊숙히 자리 잡고 있던 돌덩이를 발견한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를 끌어 안은 듯한 행동을 취하며 더듬 더듬 이렇게 내뱉는다.

"난 말할 수 있어"


남자는  꿈속에서 바람에 이끌려 유년시절로 돌아간 남자의  기억의 거울에 반사된 빛의 방향을 따라  울타리에 기대 담배를 피우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의 뒷모습을 향해 서서히 다가간다.   그 여인을 비추던 빛의 방향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 오는 총 소리, 수 많은 이들이 진격하고 돌진 하는 소리, 충돌 하고 부서지는 소리로 이어져 마치  시간의 태엽이 되감겨 버리듯 거꾸로 거꾸로 흘러 가 소년 시절로 돌아간 남자는  바람이 부는 데로 예전에 살았던 그 집 앞을 서성인다. 

기억이 빚어낸 환영의 빛을 따라 가던 남자의  집 난로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대지로 퍼져 나가 한 아이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고 아이의 울음 소리는  남자의 기억을 넘어 우리 모두의 기억 그리고 우주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환영의 빛으로 대지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곳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인간 세계나 현재의 일과는 조금 동떨어진, 보다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조작하거나 조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가만가만 늘어놓고 찬찬히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


빛과 소리를 영상의 최면술 처럼 빚어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빛이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건반에 맞닿아 온 세상을 비추는 음의 향연이 되었다.















어린 시절 집 앞 황망한 소리를 내며 불었던 바람 소리는 돌아 오지 않는 아버지를 하염 없이 기다렸던 어머니의 한 숨 소리 였다.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은 꺼져 버린 석유 등불처럼 그을음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1932-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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