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너무 좋아해서 매년 모집하는 서포터즈에 신청 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몇년에 걸쳐 서평 심사에 통과 해서 신간 서평 대상 도서를 보내 줄 때 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비록 서평 도서로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비채에서 출간되는 다채로운 장르 서적들을 책장에 꼽아두고 고이 모셔 두고 있고 이사를 하거나 책장 정리를 할 때도 재활용 헌책 버리는 곳에 함부로 버린 적이 없다.
여러 해 동안 비채에서 서포터즈를 관리해 주셨던 좋은 편집자분들과 직원들의 따스함이 담긴 메일이나 1년 활동을 마치고 난 후에 좋은 선물도 받았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애정이 쌓여 갔던 비채 서포터즈 활동은 2025년에 들어서고 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동안 모서리가 찍혀 있거나 표지가 구겨지거나 인쇄된 활자의 잉크가 번져 있거나 등등의 흠집은 개의치 않았고 읽는 동안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3월 서평 도서로 보내준 책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펼치는 순간 부터 시작해서 책을 만지는 동안에도 기분을 찜찜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책을 보내 주었다.
당시에 보내준 책을 끝까지 완독하고 서평을 다 쓴 후에 비채 출판사 측에 이런 사항을 적어 메일로 보냈다.
-비채 출판사에게 보낸 메일
1. 겉 표지는 멀쩡 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활자 잉크가 손에 묻으면서 번짐 현상이 났습니다
2. 페이지 모서리 마다 먼지 떼가 끼었거나 페이지 끝 부분이 잘려져 나갔고 중간 페이지 마다 먼지 뭉치가 끼어 있었습니다
3.어떤 페이지는 가루처럼 일어나서 만지면 바스러졌습니다.
4.책 중간 부분 종이가 접히는 곳에서 죽은 벌레 사체가 나왔습니다
<샤일록 작전>을 읽는 내내 물티슈로 먼지를 쓸어 내리고 손에 잉크가 묻어 나서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비채 서평단으로 활동하는 동안 책 겉표지가 구겨지거나 모서리가 일그러진 책은 받아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정도로 책 상태가 불량인 것은 처음 이였습니다.
비채에서 여러 명의 서평단들에게 책을 보내느라 미처 확인하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책은 읽는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네요.
-메일을 받은 비채 출판사에서 이에 대해 단 두 줄의 답장을 보내왔다.
말씀 주신 내용도 확인하였습니다.
추후 도서 발송 시 도서 상태를 한 차례 더 살펴보겠습니다.
비채 편집부 드림
바쁜 출판사 사정으로 불량상태의 책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고 책 시장에 보내는 판매용 도서가 아닌 서포터즈나 서평단 모집단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도서 이니 다소 품질 면에서 좋지 않은 책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불량한 상태의 책을 보낸 적이 없었던 비채 출판사는 2025년 부터 회사 정책이 바뀌었는지 매달 보내주는 서평 의무 도서 상태가 깨끗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 책 처럼 벌레나 먼지 뭉치가 나온다거나 손으로 종이를 만질 때 마다 인쇄한 활자 잉크가 묻어 나온다거나 석회 가루처럼 종이에서 가루가 떨어지지 않아서 그냥 참고 읽었다.
하지만 이번 10월 의무 서평으로 보내준 우밍이의 <복안인> 상태는 주황색 배송 포장비닐을 여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뒷표지 한 가운데가 날카로운 가위에 잘려져 있었고 책 하단 부분의 모서리는 안으로 굽어져서 힘을 주고 펴도 펴지지 않았다.
여러 각도로 살펴 보니 다량의 책들이 한 꺼번에 인쇄 되어 출판사에 도착 했을 때 맨 밑바닥에 깔려 있는 책들 중에 파손된 책이 분명 하다
타이완 출신의 작가 우밍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여서 비채에서 앞서 출간한 <도둑맞은 자전거>를 처음 읽고 감동에 사로잡혀서 주변에 많은 이들에게 책 선물을 보냈고 이후에도 여러 번 읽은 책이다.
국내에 출간된 우밍이의 <햇빛 어른 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구매해 읽었고 새로 출간 되는 도서를 눈 빠지게 기다리다가 일본에서 출간된 <복안인>을 구입해서 일본어로 읽었을 정도로 우밍이 작가는 나의 최애 작가다.
나의 최애 작가의 작품이 비채에서 출간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고 서평 도서로 보내 준다는 메일을 받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 비채 10월 의무 서평 도서로 보내준 우밍이의 <복안인> 상태가 너무 심각했다.
이 정도로 파손된 책 상태에 대한 걸 사진으로 찍어서 출판사 측에 보낸다 해도 딱히 신경을 쓸 것 같지 않다.
서평단 서포터즈에게 보내는 책은 판매 할 정도로 우수한 상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책의 파손이 심각한 상태는 보내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무척 상해서 오늘 비채에서 보내준 서평 도서 우밍이의 <복안인>을 재활용 헌책 수거함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내 돈을 주고 상태가 매우 깨끗한 <복안인>을 구입했다.

비채는 심각하게 파손된 책을 보내 주었지만 우밍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서평은 반드시 쓸 것이다.
이번 10월에 쓸 예정인 비채에서 출간된 우밍이의 <복안인>은 내가 직접 서점에서 구입한 새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 될 것이다.
아무리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을 읽는 서평단이라 할지라도 심각하게 파손된 책을 보내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다.
비채 출판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