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 현에서 태어난 오키타 엔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진로의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 했다.
대학 재학 중에 우연히 소설 투고 사이트를 발견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창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 틈틈이 소설을 써나갔던 오키타 엔은 2013년 <한 순간의 영원을 너와>라는 첫 작품을 출간하고 3년 후 두 번째 장편 소설 <나는 몇 번이고 너와 첫사랑을 한다>라는 책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게 된다.
10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된 열풍은 20대 여성 독자층을 사로 잡으면서 1년 만에 25만부를 돌파했고 종이 만화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대중적인 소설가로 거듭나게 된다.
2018년 연작 단편집으로 제 1회 퓨어풀 소설 대상 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 받은 오키타 엔은 출판사 지쓰교노니혼샤에서 창간 한 문학 시리즈 ‘마음을 성장 시키고 희망을 전해줄 한 권의 책’이라는 ‘GROW’의 첫 번째 장편 시리즈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를 발표 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따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의 첫 페이지를 열면 마녀와 마법사가 등장한다.

어느 날, 한 마녀가 마을에 나타났다. 끝없이 여행을 이어오던 중에 정착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다다른 것이었다.
마녀는 마을이 썩 마음에 들어 자신의 정처로 삼기로 했다.
마녀는 마을에 집을 샀다. 낡아 빠진 건물을 직접 수리하고, 가구를 만들고, 황무지 같던 정원에 텃밭을 일구고, 집 앞에는 사랑스러운 꽃도 심었다.
마녀는 그 집에 마법상점을 차렸다.
-오키타 엔의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중에서
‘종달새 언덕’에 자리한 마법 상점에 마법의 힘을 수련 하기 위에 찾아 온 수련생은 뜻밖에도 인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살 소년이다.
부모가 마법을 혐오해서 학대 받으며 자란 소년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그 소년에게 마법을 알려주는 마법사 스이는 자연을 이루는 구성원인 물, 불,바람, 하늘, 식물,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돌보고 키우는 힘으로 인간의 곁에 있는 동식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힘을 갖고 있다.
‘종달새 언덕’에 자리한 마법 상점에 찾아 오는 이들에게 제각기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갖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소꿉친구와 멀어진 중학생,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원로 화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는 소설가, 애인을 잃고 힘들어하는 형과 그를 걱정하는 남동생은 마법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현실의 좌절감을 극복 하고 싶어 하지만 마녀 스이는 이들의 소원을 단번에 이루어주지 않는다.
마녀 스이는 마법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세상에 존재 하는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게 만들어 줄 뿐이다.
수련 마법사 소년 역시 스승 마법사에게 배우는 마법의 기술은 그리 대단 하다거나 신묘 하지 않다.
마녀 스이에게 약초 키우는 법과 제조법을 배운 수련 마법사 소년은 마법 상점에 찾아 오는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동 식물의 마음과 상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작품에서 태초에 신 역시 지구 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없고 인간 역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앞 날을 예측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장류 중에 인간은 무언가를 숭배 하고 예를 표하며 불안과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 앞에 존재 하지 않는 신을 믿고 그 믿음에 부합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는 주술을 다루는 무속인이다.
석기 시대 부터 존재 했던 무속은 질병 치료, 예언, 기우제, 풍요 기원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 하며 영적인 세계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왔다.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와 고단한 현실의 문제를 분석해서 운의 향방을 알려주는 무속은 시대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갔다.
광역 인터넷 망 시대에 무속은 더 넓고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 시켜 나갔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AI 기술이 접목 되면서 굳이 무속인과 철학관을 찾아 간다거나 온라인 상담을 통해 1대1로 연결 하지 않아도 이름과 생년월일, 생시, 성별 등을 입력하면 의뢰인의 사주 핵심 특징 분석 부터 시작해서 성격 및 성향 -직업 및 재물운 -애정운 및 결혼운 -대운(운의 흐름) -전체적인 운세 정리 -조언 순으로 사주를 봐준다.
부채를 펼치거나 종을 흔들어 의뢰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불러 낸다거나 깊은 산 속에서 돼지 머리를 올려 놓는 제를 올려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들에게 찾아 가지 않아도 된다.
AI 챗봇인 챗GPT는 질문 창에 생년월일과 궁금한 질문을 넣으면 실제 점술가처럼 의뢰인과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사주를 봐주거나 고민 상담까지 해준다.
단 몇 초 만에 의뢰인의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는 챗GPT는 가령 '내 사주로 볼 때 000을 선택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하면 이에 대해 이렇게 답변한다.
'그 일은 당신의 사주와 아주 잘 맞는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불리한 일도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해보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더 맞는 일을 찾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좋겠습니다.'
챗GPT는 즉각적으로 두리 뭉실 하게 답변하면서도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예의 바르게 대답한다.
몇 십 만 원에서부터 몇 백 만원에 달하는 부적을 지니라는 말도 하지 않고 큰 돈을 들여 굿을 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는 챗GPT는 부모탓, 형제탓, 조상탓을 한다거나 전적으로 의뢰인의 업보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사주 결과에 대해서도 딱히 좋다, 나쁘다 하지 않고 의뢰인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말해 준다.
단, 인간의 생년월시에 따른 운명을 통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AI는 의뢰인의 미래까지 예측해 주지 못한다.
사람들은 무언가 어려움에 봉착 하게 된다거나 불확실한 상황을 돌파 하고 싶다거나 현실의 불행을 극복하고 싶을 때면 철학관 문을 두드리게 된다.
난생 처음 만나는 무속인이나 점술가에게 어느 누구에게도 해 본 적 없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 보면 가슴의 응얼이가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주를 본다는 건 미래를 알고 싶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 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줄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반말을 해도 비꼬듯 질문을 해도 화가 나서 퍼부어도 챗GPT는 적당히 다정하게 예의 바르게 대답해준다.

인간의 운명은 마법의 힘이라든가 주술의 힘을 빌린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성형을 해서 인상을 바꿔서 좋은 기운이 흐르는 상으로 바꾼다 해도 개명을 하고 운을 트여 준다는 터로 이사를 간다 해도 현실의 곤궁함을 떨쳐 버리는 인생 역전을 하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일 뿐이다.
모든 것이 이전 시대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풍요로워 졌어도 예측 불허한 세상에서 인간의 삶은 부모 세대 보다 더 고달 퍼졌고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인 창조한 기계가 더 신뢰 받는 시대에 챗GPT에게 술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가상의 존재, 상처와 고민까지 해결해 주는 마법사가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