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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able feast















드디어 그 계절이 찾아와 며칠 경부터 꽃 구경하기에 알맞다느니 하는 소식이 들려도 데이노스케와 에쓰코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택해야 했으므로 꽃이 한창일 때에 딱 맞출 수 있을지 어떨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마다 그녀들은 옛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진부한> 걱정을 했다. 꽃은 아시야의 집 부근에도 있고 한큐 전차의 차창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꼭 교토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도미도 꼭 아카시 도미여야 하는 사치코는 꽃도 교토의 꽃이 아니면 본 것 같지 않았다. 작년 봄에는 데이노스케가 가끔은 장소를 바꾸자고 우겨서 긴타이교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사치코는 뭔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올해는 봄 다운 봄을 맞지 못하고 보내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치코는 다시 데이노스케를 졸라 교토에 가서 간신히 오무로의 겹 벚나무 꽃을 즐겼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중에서

여성 숭배, 페티시즘,마조히즘에 빠진 주인공들을 작품에 등장 시켰던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사생활도 자신이 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상인과 정치인에게 아내라는 존재가 필요 하겠지만 예술가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존재라며 첫 번째 아내를 친구에게 양도 하고 스무 살 연하인 문예지 기자와 결혼을 한다.

준이치로는 두 번째 결혼 역시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이혼을 하는데 그 이유는 혼인 생활 중에 알고 지냈던 네즈 마쓰코 라는 여인에게 흠뻑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간사이 지방의 오사카 거상의 딸이였던 네즈 마쓰코는 가세가 기울어져 갔던 시기에 집안을 살리기 위해 정략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 보았던 준이치로는 마쓰코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해방 시켜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 잡히고 두 사람은 몰래 동거를 시작한다.

마침내 마흔 한 살 생일 날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스물 다섯인 마쓰코와 결혼 도장을 찍고 서로 부부가 된 그날 준이치로는 마쓰코에게 자신을 하인으로 불러 달라는 계약서를 내민다.

아내의 하인이 되겠다고 계약까지 맺은 준이치로는 아내가 식사를 할 때는 옆에서 시중을 들었고 식사를 마친 후에야 밥을 먹었다.

준이치로는 숭배 하는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간사이 지방으로 이주 하고 고전 작품<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면서 아내의 집안에 대한 작품 집필 구상을 시작한다.

1942년 세번째 아내 마쓰코가 태어나고 자란 간사이 지방의 상류 계층 여성들의 삶을 담은 <세설>은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탄생 되지 않았다.

간사이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고유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세설>은 몰락했지만 한 때 화려했던 가문의 명성에 맞는 사치를 즐기고 싶은 심정, 각기 다른 집안으로 시집을 갔지만 여전히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매들. 화장하는 방법, 말투, 호흡법까지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섬세하게 자매들의 숨소리 까지 담아냈다.

다이쇼 시대(1912∼1926년)까지 명문가로 인정받았던 마키오카 가(家)의 네 자매 중 가장 가깝지 않은 맏언니를 제외한 나머지 세 자매의 결혼 문제를 중심으로 자매들의 결혼 준비와 혼담 그리고 출산등의 모습 속에서 봄 날 벚꽃 구경, 여름 밤 반딧불이 잡이, 가을 단풍 구경, 후지산, 가부키, 피아노, 인형 제작, 프랑스어 교습, 러시아와 프랑스 음식, 기모노, 미용실, 백화점, 해수욕, 온천, 기차, 여객선등의 풍속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작품 <세설>이 발표 했던 시기는 일본이 한창 전쟁의 열기를 동아시아에서 세계 대전으로 확전 시켜 나갔던 시기였다.

전쟁의 열기가 사그러들고 나서 출간한 <세설>은 도쿄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정작 소설의 배경인 간사이 지방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도쿄 토박이인 준이치로가 간사이 방언인 센바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서 아내의 교열 작업을 마치고 나서 재 출간 되었지만 간사이 사람들에게 가슴이 울렁 거릴 정도로 감동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세설은 일본 밖으로 넘어가 세계의 언어로 번역이 되고 나서야 일본에서 재 발간 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 시작한다.

영어판으로 번역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은 서양 독자들에게 동양의 미를 문장으로 읽게 만들며 일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보다 앞서 번역 출간 되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자 일본 정부는 그에게 아사히 문화상, 마이니치 출판 문화상을 주며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려 놓는다.

1960년 <세설>이 프랑스어로 번역되고 이 작품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 샤르트르는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다른 일정을 미루어 놓고 준이치로가 묻혀 있는 무덤부터 찾아 갔을 정도로 프랑스 인들에게 일본의 대표 문학가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였다.

그의 책은 프랑스 시골 마을 서점에 꽂혀 있었을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 받았지만 정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은 일본에서는 교과 과정에 실릴 뿐 국민 작가로 불리지 않았다.

동시대 활동 했던 요시모토 다카아키, 마루야마 마사오의 작품들 보다 덜 팔렸고 시바타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읽었지만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은 학교를 졸업 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였다.











요 몇 년 사이에 한국의 4대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오르지 못할 장르 분야를 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해외 유수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오르자 새로운 커버를 입혀서 재 출간 되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자의 시선의 평가와 외부자의 시선의 평가가 달라지면서 1쇄를 넘기지 못한 채 절판 되거나 소수의 매니아 독자들 사이에서만 읽혀지던 장르문학이 해외상 후보작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한국 출판계는 들썩 거리며 K문학의 세계화라는 걸 꼬리표처럼 달아 놓는다.

출판사 측과 편집자들의 개인 성향 그리고 일명 문단의 권력자들의 시선과 독자들의 시선이 일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대적 사회적 상황과 마케팅의 힘, 유명인들의 추천과 입소문을 타고 책 판매에 큰 영향을 주지만 외부자 시선에서 평가 받는 책일 때는 내부자들의 평가와 다른 전혀 다른 차원의 흥미를 자아 낸다.














일본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영국으로 이주 한 일본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아시아계나 일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부모의 나라가 아닌 1930년대 세계 대전의 전운이 드리웠던 영국 귀족과 하인들의 모습을 담은 <남아 있는 나날>이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영화로 제작 되었던 건 영국의 뿌리 깊은 계급 사회를 철저하게 외부자적인 시선으로 쓰여졌기 때문이였다.

대륙과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지형에 살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계급은 숨을 쉬는 공기 만큼 익숙한 것으로 사용하는 언어, 습관 행동부터 뚜렷하게 차이가 나고 죽을 때까지 계급의 피라미드에서 벗어나 쉽게 신분을 상승 하기 힘든 사회 구조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에서 집사 스티븐스는 히틀러라는 악마와 내통한 고귀한 신분의 달링턴 백작이 명예가 회복 되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일개 집사 신분인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도 없는 무력한 존재다.

영국 문학계에서 일부 비평가들과 작가들이 이 작품이 과대 평가 되었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영국인이 아닌 사람이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 부수를 올리며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화면을 터치 하고 손끝으로 눌러 다운로드 받아 읽는 시대에 세상의 거의 모든 고전 작품은 이북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놓고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베스트셀러 작품들 역시 종이책 보다 더 빠르게 이북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빠르고 쉬운 정보와 지식,재미와 자극적인 스토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문해력이 저하 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무언가 읽고 보고 쓰는 사람들은 이 전 시대보다 더 많아 졌다.

다양한 창작 플랫폼에는 종이책으로 출간 되지 않는 기발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넘쳐 난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작품들이 살아 남기는 더욱 힘들어졌고 재능과 실력, 창작 에너지로 넘치는 이들이 많은 창작플랫폼에서 출판 경력이 없는 무명의 작가들은 읽어주는 독자들이 없으면 창작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2024년 2월 1일 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1부 50회를 완결하고 2025년 1월 16일 부터 2부를 시작했다.

매회 에피소드의 글자수는 8천자에서 만자 이상을 넘기며 작품의 길이로 따지면 대하소설 급이고 앞으로 전개 되는 스토리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와 비견 될 정도로 격변의 20세기 1914년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시대를 살았던 여러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의 총 출동 한다.


https://tobe.aladin.co.kr/s/9373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작품 조회수는 종이책 판쇄와 비교 하면 1부 에피소드 32회까지가 1쇄를 넘겨서 2쇄에 돌입했고 33회부터 1쇄를 겨우 넘기거나 1쇄에서 멈춰 버렸다.


2025년 1월 투비컨티뉴드는 투비닷이라는 출판 브랜드를 론칭 해서 알라딘에서 발굴한 띵작들을 출간 할 계획이라며 축하 이벤트를 열고 있고 투비에서의 기록을 확인하고 2025년 신념 다짐을 적어 보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https://tobe.aladin.co.kr/event/280468


신념 다짐 문장 칸에 2025년 나는 투비에서 [무명작가]다 라고 적었다.












띵작 발굴단에 창작 소설과 에세이들을 몇 번 응모를 했지만 운영측의 내부자 시선에서는 내 작품은 발굴 된 적이 없다.

띵작발굴단의 내부자 시선과 투비컨티뉴드의 독자들 시선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25년 새해가 시작 되고 많은 무명 작가들이 투비컨티뉴드를 떠났다.

나는 작년에도 그랬듯이 무명작가지만 내 계획대로 꾸준히 써나갈 뿐이다.

오늘 무명작가가 쓰고 있는 대 장편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52회가 시작된다.

-제 52화 은총과 사랑


https://tobe.aladin.co.kr/n/3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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