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또 다른 의미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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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료 선교사로서 인도에서 20년, 그리고 미국에서 30년, 모두 50년 동안 고통이 없어서 오히려 고통을 당하는 나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폴 브랜드 Paul Brand 박사의 자전적인 글임과 동시에 평생을 고통의 문제와 씨름하여 살아온 그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뛰어난 글 솜씨로 유명한 필립 얀시가 함께 서술한 책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통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작은 티눈이라도 하나 박히면 우린 여간 불편할 수가 없고, 어떻게든 그것을 제거하여 편한 상태로 돌려놓으려 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고통을 거의 본능에 가깝게 싫어하며 또한, 될 수 있으면 회피하려 한다.
Gerhard Armauer Hansen (29 July 1841 – 12 February 1912)
하지만, 또 다른 세상에서는 바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의 신체가 가져다 주는 '고통 인지 능력'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바로 '한센병' 환자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고통이 없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오히려 고통이 없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지를 그 동안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해 왔던 폴 브랜드 Paul Brand 박사의 치료 역사를 통해서 온 몸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인간의 신체가 뜨거움, 차가움, 아픔, 치명적인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며, 그와 반대편에 서 있는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축복받는 일인지를 수 십년간 '고통의 느낌을 찾아주려 했던' 박애주의자와 같은 의사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고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폴 브랜드 박사의 부모님은 동정심 많은 치유자였다. 그는 아버지를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콜리 말라리에서 말라리아로 잃었다. ('말라리아' 어원이 이 곳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 역시 남편과 사별한 후, 1년 만에 다시 현지로 들어가 현재의 뱅갈루루의 산 속에서 9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가난한 인도인들과 함께 했으며, 현지인들은 그녀를 '산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폴 박사가 미국 현대 도시에서의 의사 생활을 마다하고, 인도 현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과 20년을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부모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폴 브랜드 박사는 나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신발도 제작해서 나누어주기도 하고,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통해 나환자들의 신경 조직 구조를 면밀히 연구하여 그들이 삶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책을 마침내 찾아내었다.
나병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이유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까닭에 자신들의 신체가 감염이 되어도 느끼지 못하기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그 결과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스스로를 몰아감을 마침내 알게 되어 사전에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이유는 '그들 스스로' 위험을 감지할 능력이 없으므로 뼈가 부러져도, 피부에 상처가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까닭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Carville Hospital, New Orleans, USA (Image Search Result at Google.com)
그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도와 미국 의사들에게 공유하려 노력하지만, 초기에는 그 동안의 고착화 된 편견 때문에 전혀 믿지를 않다가 인도에서 20년간 면밀히 관찰하고 치료한 기록을 또다시 미국 나환자가 수용되었던 Carville Hospital에서 30년 동안 치료해 나아가는 동안 자신의 연구 및 치료 과정이 옮았음을 증명해 낸다.
그 결과, 미국의 전문 의사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마침내 극복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미국 사회 전체가 나환자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나병 환자가 겪는 무감각 증세가 당뇨병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여 마침내 세계보건기구를 비롯, 미국 보건 당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게 된다.
50년의 세월! 사람의 평균 수명을 80으로 잡았을 때 폴 브랜드 박사는 평생을 나병 환자와 함께 했으며 그 결과 사회적 편견을 수정하는데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통'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고통'.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고통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우리의 인식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저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자면 '고통'이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신경 세포들이 전달해 주는 감각에 의해 뇌 속에 형성된 우리의 인지 능력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지 능력을 바꾸게 되면 고통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자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고통이 있기에 다가올 더 큰 위험에 대처할 수 있고, 고통이 있기에 그걸 이겨내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설령 그 고통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고통이라 할 지라도 그걸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구조를 바꾸게 되면 고통 자체도 그리 나쁜 것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50년 동안 나병 환자들의 고통과 그들 만이 가지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의사의 입에서는 "하나님! 고통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때론 전혀 없다고 생각되거나 피하고 싶은 것들이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것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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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그런 것 중에 하나이며,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지혜는 세상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곳곳에 언급되는 인간의 신경 세포망의 구조와 이를 인지하는 경로를 읽어나가다 보게 되면 인간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불가사이 한 또 다른 세상이 우리 몸 속에서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인간을 창조한 '보이지 않는 Almighty'에 대한 경외감마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