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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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삶의 희망들을 가슴속에 품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학생들은 더할 나위없이 밝고 행복하다. 작게 존재하고 작게 머무는 것.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이렇게 사는 것의 반대쪽에 있는 삶의 방식. 행복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다양하다. 











어쩌다 보니 이다혜 기자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100권의 책에서 뽑아 온 문장들로 여행이 갖는 의미들을 곱씹어본다. 여행관련 책들이 이렇게 많은 것도 신기하고 여행관련 책이 아닌 것에서도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식상한 말이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고 일상이 곧 여행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어서 마음 놓고 여행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했으면









세계가 코로나로부터 정상화되고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진다 해도 덴마크의 한쪽 끝에 있는 스카겐의 안셰르 하우스에 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보지 못할 곳을 상상하며 읽는 책읽기의 행복감을 이 책을 읽으며 느껴본다. 발음도 어려운 '빌헬름 하메르스회이'라는 화가의 이름을 외워보려 한다. 낯선 것이 마음에 일으키는 작은 파문.... 일상에 이런 작은 행복들이 가득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의 말들>에서 인용되어 알게 된 책인데 기대하지 않고 읽다가 아주 좋게 읽었다. 우연히 검색하다가 지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빌헬름 하메르스회이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발견! 5월까지 하니 그 전에 가봐야겠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이 책이 김원영의 온 몸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정신의 승리가 아니라 '정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멋진 일을 해낸 사람의 빛나는 면모가 문장 구석구석에 담아져있다. 투사의 모습만이 남은 괴물이 되지 않아도 된다. 약한 구석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돌보려 노력하고 애쓰는 우리 모두는 실격당하지 않는다. 비루한 우리 삶에 이보다 큰 위로가 어디에 있을까.







의료협동조합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조합원이 출자한 돈으로 병원을 세워 좀 더 쉽게 의료혜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다양한 사례 중에 다른 병원에서(주로 큰 병원) 수술이나 검사를 권유받았을 때 이게 진짜로 필요한지 의견을 구하는 상담 같은 것이 좋아보인다. 닥터 쇼핑을 굳이 하지 않아도 동네 주치의의 친근하고 친절한 설명을 한번쯤은 듣고 싶은 것이 아픈 사람의 심정일터이다. 의료 전문가와 환자 사이에 믿을 수 있는 통역자로서의 주치의.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이러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사실 1930년이 유럽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해인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끝난 해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병합하거나 유화정책을 쓰고 있을 때, 우리는 강철 공장에 불을 지피고 조립라인을 다시 정비해서 무기와 탄약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40년에는 12월에는 프랑스가 이미 함락되고 독일 공군이 런던을 폭격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어빙 벌린이 나무 꼭대기가 반짝이고 아이들은 눈 속에 울리는 썰매 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과 그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p.504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에 자원입대하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 없다. 선택된 소수는 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와는 상관없이 사랑, 직업, 돈과 같은 자신의 순수한 목적을 지향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도 이 흑백영화안에서는 그리 비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느 시대건 젊은이들의 모습은 비슷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에미오 토울즈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너무 좋아 저자의 첫 소설인 이 책을 읽었는데 <모스크바의 신사>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네 자매의 이야기로 셋째 유키코와 막내 다에코의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진다. 아.. 결혼하기의 고단함이여,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아한 연인>과 같은 1930년대의 전쟁 중이 시대적 배경인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이 배경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일제강점기였던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베를린에서 저희는 전쟁 중이라는 걸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장도 카페도 손님들로 꽉 차 있고 먹을거리도 충분하고 또 맛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늘 남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권, p.900


역시나 전쟁과는 상관없는 선택된 소수는 자신의 사사로운 일상으로 잘 살아갈 수 있었다. 사사로운 일상은 폄하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전쟁 속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불편하지 않은 마음이 들기란 어려울 것이다. 일본 군부가 이 소설을 그 당시 왜 싫어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자체로 보면 구백여쪽이 무색하게 술술 읽히고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세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알라딘 왜 자꾸 나한테 표지 찢기고 접힌 책 보내주나요. 빨리 읽어야해서 그냥 읽었... ㅠㅠ



사랑이나 놀이처럼 독서는 어쩌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쓸모가 있다면 그건 독서하는 사람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책을 읽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확고하고 폐쇄적인 경계를 만들어준다는 것. 나를 둘러싼 그 경계 덕분에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을 수 있고, 일상의 일들로 분주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면의 고독에 이를 수 있다. 여덟 살 정도에 독서의 인생으로 들어서는 그 신비한 지점을 나도 기억한다. 딱 그 나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책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그 느낌.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읽고, 그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봄이 오려는지 마음도 몸도? 간지러운 3월의 초입. 목이 좀 아파 자가진단키트를 계속 해봐도 음성인 나날들. ㅜㅜ 지금은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고 있는데 추워서 싫기만 했던 계절 겨울이 다시 새로운 각도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다들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바라봅니다. 무탈한게 제일 좋은 거 같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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