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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고비 너마저

1849년 9월 27일 새벽, 에드거 앨런 포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엘미러 로이스터가 사는) 리치몬드에서 증기선을 타고 떠난다. 필라델피아에 짭짤한 돈벌이가 되는 볼일이 있었고 뉴욕 집에서는 사랑하는 이모(이자 장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닷새 뒤인 1849년 10월 3일, 볼티모어에서 인사불성 상태로 발견된다. 몸에 맞지도 않는 낡은 옷을 입고 있었고 볼티모어에 와있는 까닭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 닷새 사이 포의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포는 조지프 모런 의사의 병원에서 고열에 시달리고 헛소리를 하다가 10월 7일 숨을 거두고 만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 포의 초라한 장례식은 단 네 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고 3분만에 끝이 났다. 포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모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려면 E.S.T 그레이라는 사람을 수신인으로 해서 보내는 사람 이름은 쓰지 말고 필라델피아로 편지를 보내 달라는 수수께끼같은 부탁을 했다.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E. A. 포의 죽음이, 어떤 추리소설에 나오는 수수께끼 못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고 그 동안 수많은 추측을 낳았다. 술, 약물과용, 자살, 살인, 콜레라, 공수병, 매독, 인플루엔자, 선거부정에 이용되고 희생되었다는 이론까지. 죽기 마지막으로 부른 '레이놀즈'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매튜 펄의 <포의 그림자>는 이 의문을 열쇠로 삼아 당시의 실제 사실을 토대로 포의 죽음의 비밀을 푸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퀜틴 클라크는 이 죽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포가 탄생시킨 탐정, 뒤에 나타날 모든 소설 속 탐정들의 조상인 C. 오귀스트 뒤팽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포가 뒤팽을 창조할 때 모델로 삼은 현실의 인물. 그래서 그 인물을 찾으러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고, 두 명의 후보를 발견하는데 이 두 사람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엎치락 뒤치락 모험이 시작된다. 한 명은 "뒤팽 남작"이라고 하는 변호사/사기꾼이고 또 한 명은 (비독을 연상시키는) 천재적 추리력으로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해주곤 했으나 지금은 은퇴한 "뒤퐁트"라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오귀스트 뒤팽의 모델이 조르주 상드라는 뜻밖의 추리도 제시된다. 상드의 원래 성이 '뒤팽'이기는 하다. 사실 <수기>를 출간해 미국에도 널리 알려졌고 당시 가장 유명한 탐정이었던 비독이 없었다면 뒤팽도 없었을 거라는 게 정설이다. <모르그 가의 살인>이 굳이 파리를 배경으로 한 까닭도 비독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결말로 가면 포의 죽음을 둘러싼 실제 정황을 모두 짜맞추는 솔루션을 뒤팽과 뒤퐁트가 각기 하나씩 제시하는데, 의문의 핵심인 레이놀즈의 정체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는 포가 발견된 라이언스 술집에서 그날 선거가 치러졌는데, 선거 감독관이었던 헨리 레이놀즈라는 것이고(포가 선거부정에 연루되어 희생되었다는 이론), 하나는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세계에 속하는 사람이리라는 추측이다. 


후자의 추측을 구체적으로 부연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폴 콜린스는 <The Fever Called Living>에서 '레이놀즈'가 남극 탐험가 제러마이어 레이놀즈일 것이라고 했다. 레이놀즈는 남극에 숨겨진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고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 영감을 주었다. (<밴버드의 어리석음>에 실린 "심스 구멍"에도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명계로의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포가, 자신의 안내자로 떠올릴 만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포는 우리에게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물하였을 뿐 아니라, 자기의 삶과 죽음까지 무궁무진한 미스터리의 소재로 남겨두고 간 셈이다. 현실이 허구가 되고, 허구가 또 다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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