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번역한 소설이 나왔는데, 출판사에서 제목에 쓴 저 문장을 카피로 삼아 띠지에 인쇄했다. 며칠 전 내가 무지 좋아하는 소설가님이랑 밥을 먹으면서 이 책을 드렸다. 책이 예쁘다고 하시면서
"사랑을 겁낼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런 말은 안 하잖아요."라고 하셨다.
어색하다거나 번역투라고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 그런 정서(또는 언어생활)가 신기하다는 뜻으로 하신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당연히 그 말을 듣는 순간 철렁했다.
집에 오면서 다르게, 뭐라 할 수 있었을까 고민했다. (이 말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남자주인공에게 여자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왜 사랑을 겁내요... 이건 분위기가 안 맞고. 사랑을 겁내지 말아요, 라고 하면 밋밋하긴 해도 더 자연스러울까? 사랑이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이건 너무 농담 같고.. (원문은 No need to be scared of love.였다.)
생각 끝에, 자연스러운 말투, 우리가 입말로 하는 말투로 번역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어 소설과 번역 소설은 절대 비슷한 것이 될 수 없다는 (아무리 날고 기는 번역가가 등장해도) 생각이 들었고 아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님이 그 문장을 읽고 즐거워하신 까닭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가 한국 사람으로 살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말할 일이 과연 있을까? 언어로 이루어진 삶과 문화는 번역 과정을 거쳐 외형적으로는 비슷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어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어색하고 생경한 맛, 그게 독이면서 동시에 약이라는 걸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