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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한가운데
  • 고딩 관찰 보고서
  • 정지은
  • 11,700원 (10%650)
  • 2016-10-17
  • : 238

 

 역지사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다.

 

 누군가를 관찰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관심과 애정은 이해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

 나 하나 하루하루 살아내기에도 바쁜 세상에,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이해하고자 조금이나마 노력하는 그 정성과 애정...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지금 십대인 아이들이 주가 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저자가 고등학교 국어교사이고 하니, 지금 당장 부닥친 문제들을 다루는 건가, 싶었다.

  아이마다의 에피소드를 읽어 가면서 그게 아니구나 곧장 알게 되었다.

  이미 십대를 지나 팍팍한 사회를 헤쳐나가고 있을 그와 그녀들의 사연도 있고

  결국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겪고 지나간 '고딩' 시절을 통해

  인생 전반의 통찰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에피소드로 보이지만....

  다 읽고 나면 나와 세상, 일상과 삶, 서로 다른 입장과 현실, 이해와 소통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울컥거리고 먹먹한 기분도 많이 들었다.

  시크한 듯하면서도 뜨거운 진심을 가득 품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였을 테다.  

 

  읽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전 나의 고딩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그 시절 나는 왜 그리 많은 원망과 저주를 선생님들께 품었던 걸까.   

  태도의 차이이지, 분명 내게 진심 어린 격려와 위로를 전한 선생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조차 이제 나는 가물하다..

  그들 중 누군가는 나를 어렴풋 기억해줄까? 아니면 나처럼 까맣게 잊어가고 있을까...

 

  십여 년 뒤 고딩이 될 딸아이를 바라본다.

  내가 고딩이던 시절보다 훨씬 더 각팍해졌다.

  학교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하하호호 아이들이 지나는 거리엔 늘 웃음이 넘치지 않는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팔장 끼고 키스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지금은 마냥 어린아이인 나의 딸도 곧 십대가 될 텐데..

  이 다이나믹한 십대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면서,

  마침내 뜨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하나하나 작은 이야기들인데, 참 크다. 참 넓다..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 작가의 든든함 때문일 테다..

 

  자, 나도 오늘 점심엔 '계란 후라이' 하나 먹어볼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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