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샀으나,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지금까지 왔다. 그래도 올봄이 오기 전에 읽었으니 다행이지 싶다. 책장에서 서 있는 동안 2011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린 책이다.
박범신이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라 정유정을 평해, '괴물 같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읽고 나니 그 비유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와 기저에 깔고 있는 음울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자기 전에 읽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니 이야기의 흡인력과 어두운 정서가 가히 괴물 같다고 말할 만하다. 박범신이 추천사에서 밝히고 있는 바, 90년대 우리나라 여류 작가들이 보여주는 침잠하는 내면 묘사도 없다.
사고와 살인과 복수가 거센 물결의 흐름처럼 쉴 틈도 없이 휘몰아치며 선과 악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과연 당신이라면 소설 속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세상이 말하는 선을 택할 수 있었겠느냐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살인은 곧 악이라는 명제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은 그 속에 당연히 담겨 있다.
맨 뒷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거가 현시점의 주인공의 대화로 플래시백되어 나오는데, 그분이 치밀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억지로 아귀를 맞추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 하나도 신기하지가 않다. 강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음산한 분위기. 영화 소재로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