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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 let it be

아...그러니까, 딱 두번째 쪽을 읽을 때 그냥 반해버렸어. 정말이야, 너는 책속으로 빠져들어가 함께 있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어. 보통 추리물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른, 로마의 햇살처럼 반짝이고 따스한, 메론조각 하나에 갓난쟁이 조카와 투닥거리는,  탐정이라기엔 허술함이 많았지만 속내가 유리알처럼 빤히 보이는 솔직한 사람이라서 더욱 사랑스러운 마르쿠스 디디우스 팔코, 너는 너무 멋져.
물론 현대의 기준으로 본다면, 혹은 네가 현대로 온다면 너는 중요한 인물이 될수 없었을거야. 느물거려도 킥킥 웃음나는 그런 유머러스한 모습이 아니라 아마도 속이 텅 빈 한량같아보였겠지. '현대의 규칙에서 벗어난' 작가의 의지대로 너는 너만의 규칙으로 로마를 누비는 이천년전의 사람이기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그래, 좋아, 인정은 하겠어, 이 책은 탐정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게 썩 훌륭한 구성의 추리소설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이 책은 너와 너의 로마의 매력에 푸욱 빠져서 읽는 책이잖아!! 네가 참견하지 않아도 이 세상엔 이미 충분히 완벽한 반전과 스릴의 추리물들이 많으니까 나는 조금도 아쉽지않아. 그러니까 너는 작가에게 감사해야해, 작가는 너를 살아있다못해 훨훨 날아다니는 인물로 만들어줬어. 소설속의 생명체란 문자의 조합에 지나지않겠지만 너는 통통 튀는 개성으로 어느새 나를 데리고 함께 로마의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어. 그러니 내가 너에게 빠지지않을 재간이 있었겠어?! 브리타니아에서 고생할 때 내가 얼마나 속상했었다구~! 나도 사백년쯤은 거뜬해! 자, 이제 어떡할꺼야, 나를 책임지란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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