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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 귀차니스트의 책읽기
매일이 흐리고 안개끼고 하더니 드디어 날씨요정 등극한 날.
인스부르크 촤고봉인 노르드케테는 날씨가 안 좋으면 못 올라 가거나 올라가도 전망을 하나도 못보거나 하는데 정말 럭키하게도 처음으로 쨍하게 화창한 날씨다.

노르드케테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푸니쿨라 한번 케이블카 2번을 타야한다.
푸니쿨라 역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걸로도 유명한데 그냥 딱 보면 동대문 DDP다.
건축가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렇게 극명하게 표현하고 고수하는것도 뭐 나쁘지 않은듯하다.

내 기준으로 무서운 푸니쿨라와 케이블카를 한 번 타면 산 정상 바로 아래 제그루베전망대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풍경은 이미 환상이다.
푸니쿨라부터 여기 이를 때까지 우리 빼고는 전부 스키어들이다.
그리고 보기만해도 아찔한 슬로프를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
내 기준 가장 간지나는 스포츠는 아무래도 스키다.
멋지다.

제그루베 전망대는 스키 슬로프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그리고 눈썰매장이 작게나마 있다.
멋지게 스키타는 사람들 옆에서 부모 따라온 꼬맹이들과 눈썰매를 신나게 탄다.
아무리 간지나도 스키는 내게 넘사벽이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나마 타는데 우리는 초급자야
여기서 타다간 죽을거같아란다.
동감이다. 그냥 눈썰매타자.
나는 드디어 알프스에서 눈썰매타본 여자가 됐다.
소원성취다.

여기서 정상인 노르드케테는 케이블카를 한 번 더 탄다.
조슴 일찍이라서인지 케리블카를 타고 올라간 노르드케테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제그루베 전망대만 해도 햇빛 쨍하고 맑더니 여기는 높이랑 막아주는 곳이 없어서인지 바람 엄청 불고 춥다.
가만히 서 있어도 날러 갈듯...
그래도 풍경이 기가 막혀 사진 찍으려고 폰 꺼내다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장갑을 떨어뜨렸다.
장갑이 바람이 폴폴폴 날아가는데 잡으려고 한발짝 내디디다가 아 저걸 잡으려고 하면 절벽에 떨어져 죽겠거나 싶어 멈춘다.
그렇게 나 장갑은 알프스 산속에 환경오염 쓰레기로 전락해버렸다.
작년에 태평양 바다에 선글라스 보냈는데... ㅠㅠ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 하기에 정상에서 사진 왕창 찍고 다시 제그루베 잔망대에 내려왔다.
또 하나의 로망.
알프스 중턱에서 야외 식탁에 앉아 맥주 마시기가 오늘은 가능하다

여태까지 날씨 우울했던거 다 용서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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