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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 귀차니스트의 책읽기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빈의 3대 카페란게 있다.
내 생각엔 이거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만든거 아닐까 싶기도한데 그건 잘 모르겠고...
하여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카페 첸트랄이다.
12월에 예약을 했어야 하는데 그 때 너무 바빠서 깜박했더니 검색할 때마다 붐비고, 지나갈 때마다 웨이팅 줄이 장난 아니게 길었다.
오늘은 저녁을 먹다가 저녁 먹고 딱히 할일이 없어서 검색했더니 왠일로 한산하다고 나온다.
우와 왠일?
밥집에서 멀아 안되는 거리라 열심히 갔다.
이 동네에서 한산하다는건 웨이팅 5분정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카페 첸트랄은 원래 공작 저택의 홀을 카페로 개조한 곳으로 세기말 빈의 문학예술계 인사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이 카페를 들어서면 손님처럼 앉은 조각상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페터 알텐베르크라는 시인이고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작품이 있더라. 그는 생의 대부분을 이 카페에서 보냈고, 그의 음식과 커피값은 카페에 들른 아는 사람들이 대신 내주었단다. 그래서 빈 전체의 거지이자 식객이라 불리었다는데... 가난한 그는 종이나 펜, 잉크를 살 돈도 없었고, 이 카페에서 맥주잔 받침, 비치용 엽서에 시를 쓰고 짦은 글을 써 카페 문학의 대가라고도 불린단다.

자리에 앉아 이곳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아인슈페너를 시켰다.
한국과는 다르게 달지 않은 크림이 맛있다.

사실 들어올 때부터 눈에 확 띄던 멋진 노부인이 있었다.
혼자 음료 한잔을 시켜놓고 빨간 드레스와 모자를 쓰고 앉아있던 이 노부인은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시작되자 자리에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좀 잘 치더라.
막귀엔 내 귀에도 심상찮은 솜씨.
이 노부인도 잘추는 춤으라기보다는 음악에 그저 몸을 맡긴듯한 분위기.
사람들 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치고...
남편에게 우리 나중에 퇴직하면 탱고 배우자.
나 저렇게 춤추는거 해보고싶어라고 하며 부럽고 낭만적인 빈의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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