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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나랑
  • 요리를 한다는 것
  • 최강록
  • 16,200원 (10%900)
  • 2025-06-23
  • : 50,855

요리를 한다는 것

요리사, 셰프, 요리연구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최강록이라는 요리사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 TV를 안보기도 하거니와 요리에도 큰 관심이 없었기때문이다.


아, 물론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요리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리를 하는 것도 인생과 다를 바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과 가치를 느낄만큼 최선을 다했을때 그 과정과 결과는 삶을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혼밥의 장점은 의외로 많다. 누군가와 취향의 합의를 볼 필요가 없고 나만 결정하면 되니 번거로움이 없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같이 먹을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혼자서는 그렇게 신경을 안 써도 된다. <요리를 한다는 것> p.59


나는 혼밥을 잘 하는 편이다. 30여 년전부터 혼밥을 하였으니 꽤 익숙하다. 당시 거주형태와 하던 일이 일정치않고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가끔은 이동하느라 끼니를 놓치기도 해서 혼밥은 일상이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는 외향인의 껍데기를 쓴 내향인이라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최강록 요리사의 성향과 내 성향이 일부 일치하니 그의 인생과 요리를 담은 이 책이 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고독'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두려운 사람에게도 고독을 추천한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인식하는 것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p.61


혼자 먹는 게 두려운 사람에게 굳이 혼자 먹어야한다고 권할 일은 아니다. 다만,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을 때 굶기보다 한끼 챙겨먹을 정도의 넉살은 필요한 세상이니, 그럴 때 '고독'을 추천한다.


나는, 자기만의 속도로 식사를 하고, 누군가와 보폭을 맞추듯 한식, 일식, 양식, 중식이라는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오로지 나만의 욕구에 따라 식사를 해보는 것도 꽤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 하는 것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한번 칼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건 생선회를 조리하는 데도 필요한 말이지만,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말인 것 같다. 진지하되 두려워하지 말 것,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요리를 한다는 것> P.81


한참 육수 내는 일은 꽤 많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제대로 잘 뽑혔다!' 싶으면 짜릿하다. 한 번 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앞으로 얼마나 더 해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볼 수 있을까 싶다. 이럴 때만 수명이 한 300살이면 좋겠다. <요리를 한다는 것> P. 91


매 순간을 긴장하면서 살 일은 아니다.

그렇게 살다간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계속 쌓아가게 될 테니까. 다만, 매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자기 업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럴 만하다고 여겨진다. 대부분은 그 자리에 오기까지 그냥 운이 좋아 쉽게 온 사람은 없다. 물론, 개개인의 환경이 그 자리에 가는 데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은 받았겠지만.. 적어도, 그냥 쉽게 되지는 않는 법이다.


지금의 나에게 다짐해 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의미를 잃지 말고 살자고.


오래 경험을 하다보면 결국엔 밑손질이구나. 깨닫게 된다. 밑손질은 요리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식당 전체의 컨디션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게 착착 준비되어 있어야 주방의 흐름도 원활해지고 식당의 전반적인 위생도 좋아지고, 직원들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밑손질이 식당 운영의 60퍼센트라고 나는 누누이 강조한다.


이건 다른 직업, 다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과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업계 사람들, 전문가들에겐 아주 잘 보이는 작업이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요리를 한다는 것>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매 순간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기초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고 그것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놓는다는 것. 결국 나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요즘 회사의 화두는 업무생산성 향상이다. 주52시간을 맞출 때도 그러했고, 지금처럼 주 35시간 근로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은 더 그렇다. 아마도 처음 그 자료들을 준비할 때는 지금 당장 필요없는 일을 하느라 바빠죽겠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런 자료들이 쌓여서 나의 기초체력이 되어주었을 때 그 진가는 발휘된다.


이게 비단, 최강록 요리사가 요리를 할 때에만 그럴까? 우리가 하는 모든 업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행적들이 그렇다.


요즘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생선 수급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런 기후변화의 시기에는 주문을 하거나 메뉴를 구성할 때도 신경이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 서 있다. 그래도 그런 돌발상황에 대비가 어느 정도는 돼 있다. 냉동실에 반조리한 생선과 고기를늘 준비해놓는다. 생선이 안 들어온다는 사실을 당일날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료를 사서 급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그런데 냉동실도 만년 보관이 가능한 게 아니라서 준비해둔 메뉴는 자체적으로 소비기한을 정해놓는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머리가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책임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물건이 없어도 내 책임, 비상상황에 대처를 못한 것도 내 책임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이 부분은 특히 더 직장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머리가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어야 하는 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 전체 구조를 알고 하는 일과 눈앞에 일만 처리하는 것은, 당장의 결과는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은, 경험이 쌓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젊은 혈기가 강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더라.


아침 9시쯤 직원이 출근한다.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가게를 깨끗이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근했는데 가게가 지저분하면 기분이 상할 테니까. 자기가 벌여둔 일은 자기가 정리하는 게 나에게 중요한 원칙이다. 벌이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직원은 늘 1500원짜리 커피 두 잔을 사온다. 커피를 마시면서 30분 동안 오늘 할 일들,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고, 어제 손님들의 피드백을 공유한다. 가벼운 잡담이면서도 일종의 조회 같은 것이다. 어제 손님이 짜다고 그랬는데 원인이 뭘까?"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질책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놓치는 포인트가 있는지를 짚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직원과 단 둘뿐이면 설령 직원이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집중 추궁은 못 한다. 그러다 직원이 그만두기라도 하면 더 무서운 상황이 펼쳐지니까. <요리를 한다는 것>


그렇다. 2명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든, 100명이 일하는 가게든, 몇 천명이 근무하는 기업이든 기본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피드백'은 일이 되게 만들지만, 나쁜 '잔소리'는 서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질책이 아닌 '피드백'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소심해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걱정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체크하면서 그때그때의 걱정을 지워나간다. (곧 다시 그만큼 걱정이 생긴다.) 또 걱정이 스트레스로 연결되니 건강에는 안 좋겠지만 가게 운영

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처럼 가스를 잠갔는지 세 번씩 확인하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예전에 가게 밖에 흡연구역이 있던 시절에, 퇴근을 하는 길에 손님 재벌이에 물을 부었는지 걱정이 들었다.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글쎄요" 한다. 그래서 바로 차를 돌려 가게로 돌아와서 하나하나 확인을 했다. <요리를 한다는 것> P.189


나도 이런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은 걱정이 많아서 잠을 설치면서까지 대책을 세우는 사람이라고. 결과적으로는 직원들보다 앞서서 업무를 점검하고 대안을 내놓고, 한발바국 앞서 나간다. 물론 이걸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서라고 퉁 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업무를 알면 알수록 현재의 상황이 불러올 미래를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니 그것이 걱정으로, 대책으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최강록이라는 요리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기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요리'라는 '일'을 하면서 최강록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은 나 역시 그의 '일'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일과 인생'을 정리하게 되었다.


여전히 내게는 요리는 어려운 영역이고, 귀찮은 영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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