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치매관련 그림책 전시를 하고 있어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그런 주제임을 알 수 없었지만, 북큐레이션되어 있어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그림책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치매'환자의 특징을 알게 되고,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힌트도 얻게 된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사는 법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넘쳐난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책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마주치게 되는 어린 손자 손녀의 입장과, 치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안나에게는 사과할머니라 부르는 할머니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그 지역 이름을 붙여 괴정할머니, 김해할머니라 부르는 것과 같다. 예전부터 부산댁이니, 울산댁이니 하며 지역명으로 부르는 게 참 이상했는데, 어르신들을 부를 때도 이리 부르고 있었구나, 새삼스레 느낀다. 어쨌든 안나에게는 사과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그림책의 표지를 넘기면 수많은 사과가 나타난다. 이 그림책에서 사과는 분명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짐작이 된다. 안나는 사과나무에 올라가 사람들을 몰라 엿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때 단란하고 행복했던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지낸 후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할머니가 살던 집도, 할머니도.
사과할머니를 찾아가면, 할머니의 얼굴에서 슬픔이 보인다. 말없이 물끄러미 창밖만 보고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신문에서 젊은 남자의 사진을 보며, 자신이 아는 '카를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안나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하고, 물어도 답이 없기도 하다. 할머니가 좋아할 것 같은 그림을 그려가도 할머니는 보지 않는다. 점점, 안나는 할머니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안나는, 할머니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손자 손녀들이 그럴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안나에게 '치매'라는 병에 걸렸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치매에 걸리면 잘 알아듣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니 대답도 못하는 것이라고, 오래전의 기억은 하지만 최근의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안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안나는 오래전 할머니의 사진을 발견하고, 할머니에게 가기로 한다. 치매라는 증상에 대해 안나는 어떤 이해를 하게 된 걸까?
이 그림책의 뒤에는 치매와 그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니 함께 읽는 어른이 참고하면 되겠다.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은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그 다음은 혈관성 치매로 뇌혈관 손상이 그 원인이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이 쇠퇴한다. 언어, 방향 감각, 사고력, 이해 능력, 집중력 등이 저하되면서 전반적인 기억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되니, 남의 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슬픔과 무감정, 불안과 공격적 행위를 하여 간병하는 이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이 그림책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약물 치료도 해야 하고, 인지 능력 훈련, 운동 훈련, 환경 치료, 미술 치료, 기억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이 치료 단계에서 가족들은 환자의 가까운 곳에서 믿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 진단을 받은 가족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치매가 발병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치매의 증상을 잘 알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나갈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고, 증상도 어느 정도 호전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따뜻하고 예쁜 색감의 그림과, 안나와 안나의 가족들의 모습은 치매를 두렵고 어렵고 힘든 병이라기 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며, 노화나 치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도 어떻게 받아들일수 있는지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