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유홍준 교수는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해야 그 시대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 국토박물관 순례 1권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 그리고 고구려를 다룬다.
유홍준 교수의 책은 웬만해선 거의 다 읽어보았고, 어지간해선 강의도 들으러 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옆에서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꾼 주먹도끼 이야기는, 얼마전 부산문화회관에서 인문학 강의로 들었던 내용이라 복습이 되었다. 함께 이 책을 읽은 독서동아리 선생님들과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는데, 고구려의 이야기가 다른 시대의 이야기에 비해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 발해 유적 답사마저 막고 있다고 하니, 일반인인 나로서는 더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 비해 부산 영도나 울산, 언양까지 유물도 익숙하고 자주 보았던 곳이라 이해도 쏙 쏙 잘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럴 때도 적용되는 것 같다.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아이에게 경험해주고 싶어서 박물관과 유적지를 자주 다녔기 때문에 나도 아는 것이 많아진 것이다.
"유적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그곳 문화재에 대한 주민들의 명확한 인식과 자부심이기 때문이다."(P.25)
유홍준 교수는 연천군민들을 대상으로 전곡리 유적지에 대한 강연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유적지를 둘러싸고, 그 지역 주민들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곤 한다. 오래된 유적이나 유물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뭐라할 수는 없다. 다만, 문화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패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 부산이라고 한다. 10여 곳의 패총 중 4곳이 영도에 있다. 영도는 절영도라는 이름이었고, 그곳에서는 말을 미우는 목장이 있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도에 유명한 '목장원'도 이것과 관련있는 이름일까 싶다. 말목장이 있던 절영도는 일본에서 들어온 고구마의 첫 재배지이기도 하였다.
대학 다닐때 제법 올라가던 봉래산이 원래는 고깔산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쨌든, 동해가 신선이 사는 곳이라고 산 이름을 봉래산으로 명명하고, 동래이름도 봉래동, 영선동, 신선동, 청학동 등으로 바꿨다고 한다. 동삼동 패총전시관은 아이와 함께 두어번 다녀온 적이 있다. 동삼동 패총에는 신석기인들의 생활쓰레기가 발견되는다. 또 아주 드문 신석기 무덤인 옹관묘, 울주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 그림이 연결되는 고래뼈도 발견되고, 이음낚시바늘, 흑요석 등 중요한 유물이 많다.
사실 동삼동 패총하면 얼굴가면 조개껍질이 유명한데, 이것이 애니미즘에서 샤머니즘, 토테미즘으로 넘어가는 초보적인 종교 감정이 들어있다고 한다.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는 30여년 전에 몇번 가서 보았다. 답사를 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남권 대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유적이었던 것 같다. 반구대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신기해했다. 천전리각석도 갔었고,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대곡박물관, 옹기마을 등도 자주 갔던 곳이라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도 하고, 확인도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고구려는 잘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안타깝다. 고구려가 이렇게 멀게 느껴지다니... 책을 읽으면서 고구려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간다. 어쩌면, 이 책은 그렇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