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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BOOK적 BOOK적한 나날들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 12,600원 (10%700)
  • 2013-12-06
  • : 5,407

고양이 라디오님 분노에 찬 리뷰 잘 읽었습니다^^

댓글 달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먼댓글로 난생 처음! 남겨봅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는지?ㅎㅎ)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나왔을 때 저는 사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진 요즘 대학의 실정을 잘 모르고 있었고, 청년들이 힘들다고 해도 별로 감이 오지 않았었고, 부끄럽지만 저역시도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이 안되는 거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등록금이 그렇게까지 비싼지, 그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신용불량자의 신세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그렇게 힘든 청춘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 몰랐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의 어려움이야 신문지상에 자주 보도되는 일이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대학 내에 그렇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차별과 자기들만의 선긋기문화는 거의 짐작을 못할 때였어요. 다만 우리 애들과 아이 친구들이 크는 걸 보면서 얘네들이 대학가면 어떤 생활을 할까 고민이 되던 참에 이 책 읽고 정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죠. 제가 사는 곳 분당도 강남 못지 않게 사교육열풍이 어마어마한데 그 열풍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정말 대학가면 그렇게 될 것 같았거든요. 그 미친 사교육 열풍에 시달리던 저는 얼른 대학만 가라...하고 있었는데 대학이 이런 모습이라니!! 그렇다면 정말 변해야 한다. 대체 왜 아이들이 이렇게 되어가는 걸까?하는 고민을 안겨 준 책이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글을 읽다보니 제가 너무 꼰대적인 시선으로 책을 읽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읽은 지 오래 되었고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이라 지금 책이 없어서 다시 확인을 해보진 못했어요.

그래서 가물가물한 제 기억에 의존해서 고양이라디오님 리뷰를 읽고 느낀 점을 써볼게요.

 

1. 저자가 모든 '자기계발서'와 '자기계발서의 붐'을 반대한다는 점에 대해선 '자기계발서'라는 게 뭔가 하는 개념이 먼저 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자도 밝혔다고 하셨는데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를 계발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란 끝없이 배우고 자신을 고양시키는데서 즐거움을 찾는 존재죠. 제가 어떤 책을 읽고 저를 돌아보고 앞으론 삶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면 그것이 무슨 장르든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자기계발이란 것은  하고싶은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업이나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서 스펙을 쌓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죠. 다만 다른 모든 가치를 뒤로 한 채 스펙쌓기에만 몰두하게 하는 '자기계발'을 조심하라는 것 같아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한참 '자기계발서'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죠. 사회가 불안하면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고 하던데 저도 한 때는 자기계발서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사실 이 분야는 제가 학생때엔 거의 없던 장르죠. 그래서 한동안 제가 혹 한게 아..남들은 이렇게 사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구나 싶어서예요. 매일매일 반성의 나날을 살았습니다 ㅎㅎ 특히나 기업체에서 직원들에게 엄청난 자기계발서를 나눠주던 때라 우리집 책장에도 남편이 그때 가져온 자기계발서가 지금도 책장 여러칸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한동안 열심히 읽다가 저도 어느 순간 이게 모냐...죄다 내 탓이고... 나만 잘하믄 될 것 같은데...내가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도 않고...역시 난 안돼...이런 악순환에 빠져버리곤 했죠. 그래서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자기계발서의 폐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당시엔 그런 분위기도 없었고 모든 잘못은 순전히 내 탓인 것만 같았답니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요?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니까요. 저는 이미 자기계발서들에대해서는 이력이 난 사람이라 그 책들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자가 인용한 부분들을 보면 어떤 점을 염려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두권과 그런 류의 책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지는 않은 채 개인의 노력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을 경고하는 것으로 읽혔지 모든 자기계발서를 비판했다고 보여지진 않았어요. 그리고 다른 책들은 안읽으면서 그런 자기계발서만 읽는 것은 저도 분명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2. 학교의 서열화에 대한 내용은 저는 아이들을 통해 무슨 전설처럼, 요즘은 대학 가면 이런다더라~ 하는 식의 얘기만 듣다가 이 책에서 직접 언급된 내용들때문에 엄청 충격받은 부분이었습니다. 우리 때도 본교와 캠퍼스간의 차이나 지방대의 설움같은 것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더욱 세분화되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지잡대라고 경멸하고 수시충, 지균충, 분교충 등 이젠 거의 벌레 취급을 하는 것이나 우리 땐 학과 티 제발 입으라고 해도 안입고 다녔는데 그렇게 개성을 중시할 것 같은 아이들이 과잠(학교 학과 잠바)을 만들어 자랑스럽게 입고다닌다는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보면 모두 사실이라서 더 소름끼쳤었고요. 물론 우리집 애들이 하는 말로 모든 아이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요즘 제 큰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르면서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그 책에 나오는 대학생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올해 단원고 특별전형이 있었잖아요. 딸아이 친구들의 반톡을 보면  세월호 사건이 나자마자 "경쟁자가 줄어들었다"라는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단원고 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을 만든다니까 자기들 입학정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거품물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왜 그 아이들은 노력도 없이 가고 싶은 학교를 가는 거냐고요.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을 때 우리 예쁜 아이들이...자기또래 친구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는 정말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저는 진짜 충격이었어요. 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지경이 되었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아마 그런 시기에 읽었던 책이라(저는 2014년 10월에 읽었네요)  더 제겐 이 책이 충격이었겠죠.

그리고 작년에 단원고 특별전형이 있는데 아이들은 또 울분을 토하더군요. 물론 그 심정은 알만 합니다. 자기들은 죽을만큼 토할만큼 공부하는데 인서울대학을 가기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걔네들은 '수학여행 이후에 심리치료나 받다가 아무 대학이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불합리합니까. 올해 생존자 졸업생이 75명이던데 65만 수험생중에 75명에게 베풀 아량도 없어진 겁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딸아이 친구는 어느 대학 입학 면접시험에서 조별 대기하는 중에 단원고 특별전형은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걔네들은 양심이 있냐고, 사실 이런 대학에 점수 경쟁도 없이 들어오면 살아남기 쉽겠냐고 서로들 침튀기며 얘기하는데 유독 한 학생만 말이 없어서 수줍음이 많은 아인가보다 했더니만 면접장 들어가서 보니 단원고생이더라 하는 얘기를 제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우리 아이들을 보는 제 심정이 저자가 학생들을 보는 심정과 같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가 사례 통계를 내기 위해 대학생들을 인터뷰하죠.  지방대생과 인서울대생의 실제 학문의 역량에 차이가 있는지 객관적 차이로 입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을 겁니다. 왜 그걸 학생들이 입증해야 하는가, 교수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게 고양이라디오님 의견인 듯 한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학생들이 지방대생과 인서울대생들이 실력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 생각이 타당한지 객관적 증거를 들어 설명해 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은 객관적 증거가 아닌 애매모호한 근거로 대답을 하죠. 지방대생은 지각을 자주 하더라, 연예인 얘기를 많이 하더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하더라  등의 주관적이거나 고정관념들을 대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거죠. 교수가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한 학생들을 골려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너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대보라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책에서 교수가 제시간 객관적 증거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이 책이 그 것을 증명하기 위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3.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인용된 부분, 지금은 종잣돈을 벌 때가 아니라 더 고민하고 방황해봐도 좋을 때다 하는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저는 틀리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에서 자기 주변 제자들을 보면서 그 책을 썼을텐데, 물론 서울대에도 어려운 학생들도 많았겠지만 요즘 서울대 입학생들의 실태를 보면 사실 최저생계를 걱정할 정도의 청춘들은 아닐 것이라는게 짐작은 갑니다. 정말로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 노력하고 싶어도 당장 최저생계비도 없어서 알바를 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봤을 땐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은 없겠죠. 그리고 이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욕먹진 않았을 겁니다. 이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은 사람도 많으니까 그렇게 오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거고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간과하면 안될 것은 그렇게 아프니까 청춘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당장 입에 풀칠 하기 어렵고, 스펙 쌓고 싶지만 나가서 알바 하지 않으면 학비조차도 감당 할 수 없는 아프기만 한 청춘들도 많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차별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을 시간은 있어도 자기 옆에 있는 어려운 친구들을 생각할 시간, 왜 그들이 나랑 동등한 선에서 경쟁을 하지 못하는 가를 배려할 시간은 없어보이기에 좀 과하게 보일 정도로 자기계발서를 비판 한 건 아니었을까요?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쓴 혜민스님도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하셨지만 항상 고개 숙여야만 하는, 항상 세상에 져야만 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점에서 비난도 많이 받으셨습니다. 직접 사과를 하시기도 했었고요. 이 책도 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이 읽으면 얻을 게 많을 순 있지만 이제 한참 사회의 모순을 공부하고 아,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것을 배워야 할 학생들마저 열광하며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슨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의 이런 현상들, 한참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로 세상에 반항할 나이인 대학생들이 왜 자기계발 논리에만 치우쳐 함께 손잡아야 할 이웃들을 '적'으로 보는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고민해 본 책이라고 봅니다. 왜 학교는 이렇게 서열화 되었고,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스펙쌓기에만 열중하는가? 저자는 점점 취업사관학교,기업화 되어가는 대학과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과 사회에 맞춤형 인간으로 자기를 계발해나가려는 자기계발의 열풍이 이렇게 사회를 외면하고 각자도생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학생들에게 가기계발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학생활을 누릴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다음 저서인 <진격의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그렇게 취업기계로 만드는 기업화된 대학의 문제점들을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또하나의 꼰대짓을 보일 수도, 논리의 비약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말 저자가 우려하는 점이 잘 전달 되었고, 저는 저대로 아이들에 대해 고민인 시점에서 많은 참고가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이 출판 당시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기성세대들에게 놀라움을 던져준 책이고, 우리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염려하던 대학의 현실을 이렇게 적나라 하게 보여준 책이 이전엔 없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자기를 계발하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기를 꺾어 놓는다고 볼 수도 있고, 사실 일부 인서울대생들만의 사례라 크게 실감 못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이렇게 차별을 찬성하는게 아니라 열심히 사회에 참여하여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젊은이들도 많고요.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을겁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다수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번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디오님께 제대로 답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읽은지도 오래되었고, 제가 뭐 아주 정독하며 읽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찾아보면 어딘가에 메모해 놓은 거라도 있을지 모르지만 귀찮아서 그것도 생략한, 게으르고 가물한 기억에 의존한 글이라 두리뭉술해서 핵심을 비껴갔을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너무 형편없는 책은 아니었다는 제 느낌만은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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