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漂麥 (표맥)
  • 트렌드 코리아 2017
  • 김난도 외
  • 14,400원 (10%800)
  • 2016-10-31
  • : 6,606

1. 십간(十干)에는 오방색이 있다...

오방색,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은 우리민족 전통의 색채로 모든 생활 속에 스며있다. 그런데 이 오방색이 '우주의 기운'이니 '혼의 정상화'니 하는 순실의 시대를 만나 무슨 주술적 부정(不淨)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 너무 안타깝다. 삿된 자들이 국정 농단의 방편으로 써먹었다는 점만 빼면 우리나라의 전통 이미지로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참 애꿎다.

어쨌거나 이 오방색은 10간과 어우러져 있는데 갑·을(木,청색,東), 병·정(火,적색,南), 무·기(土,황색,中), 경·신(金,백색,西), 임·계(水,흑색,北)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작년 병신년_정말 병신 같은 x들의 한해였지만_은 붉은 원숭이해였고 올해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_혹시 모가지에서 피 튀는?_의 해가 되겠다.

 

2. 트렌드 코리아 2017
이제 이 책은 연말·연초가 되면 읽어줘야만 하는 그런 경지에 올라있다. _물론 작년에도 읽었다. http://blog.aladin.co.kr/aspire/8159484 _ 이 책의 남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전년도 예측 10대 소비트렌드를 피드백 함으로써 자체 검증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여타 트렌드 관련 책과의 큰 차별성이다. 또한 올해 예측 트렌드의 키워드 첫 글자를 정유년의 동물(닭) 이미지가 유추되도록 재조합하는 신공을 보이는 것도 볼거리다. 작년엔 원숭이의 재치와 날렵함으로 침체의 늪을 건너뛰자며 'MONKEY BARS'로 슬로건을 정했는데, 올해는 영화 <치킨 런>의 닭들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철조망(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벗어나 보자는 의미로 'CHICKEN RUN'으로 작명을 했네. 참 깨알 같은 능력이다.

 

이런 의지를 담아 표지는 적색 계통 중 가장 부드럽고 대중적인 핑크색으로 택했네. 핑크는 레드의 행동지향성과 화이트의 내면적 영감이 혼재된, 달콤함·유쾌함·귀여움·로맨틱함·친절함 등의 긍정적인 느낌(건강과 치유)을 준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활력과, 우머노믹스 womanomic와 _어쩌면 이번 순실스캔들로 유리천장의 왜곡은 당분간 더 존속할지도..._ 핑크보이 pink boy가 증가하는 트렌드도 표현했다고 하니... 김난도 팀의 감각은 인정해야겠다.


3. 2017년 10대 트렌드 전망
C’mon,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Heading to ‘B+ Premium’ 새로운 ‘B+ 프리미엄’
I Am the ‘Pick-me’ Generation 나는 ‘픽미세대’
'Calm-Tech', Felt but not Seen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Key to Success: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
Era of ‘Aloners’ 내멋대로 ‘1코노미’
No Give Up, No Live Up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10개의 키워드 중 욜로와 픽미세대, 경험 is 뭔들, 각자도생은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는 걸로 보이더라. 이 책에서 건진 한 단어는 바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한번 뿐인 인생'이란 뜻인데, 그러니까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이다.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실천적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보면 되겠는데 이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가능한 실천하려는... 실제로 지난 해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외국인이 내게 '욜로'라고 인사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다는... 뭐 그런 일로 더욱 와 닿은 말이다.

 

픽미세대는 짠~한 느낌으로 읽었다. 픽미(Pick-me)! 나를 뽑아달라는 거다.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에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저성장의 시기에 무기력을 학습하며 5포(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집마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의 마지막 외침 같은 "픽미 픽미 픽미업"... 마치 내 아이의 외침 같아 약간의 우울함이 함께 하더라. 이와 함께 혼밥, 혼술 등 혼자 노는 '덕후'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1코노미(1인과 Economy의 조합)'도 저성장 시대의 아픔으로 와 닿더만...

 

결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라는 겁난 말이다. 어떤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정부가 안 보인다. 우리가 뽑은 위정자도 우릴 위하는 것 같지가 않고, 우리를 보호해 줄 시스템도 허울에 불과할 뿐... 아무리 둘러봐도 불안한 미래만 엿보인다. OECD 회원국에 걸맞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의 허술한 문제해결 능력에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 산다'는 자발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사회적 연대감과 신뢰는 봄눈처럼 사라지고 있다. 이런 부정적 징후들이 쌓이고 쌓이면 분노로 터질 수밖에 없다. 이 무슨 엿 같은……. 

 

4. 하지만...
올해 이 책은 감탄만 하기엔 뭔가가 부족함이 있다. 아마도 시대의 상황이 처지다보니 트렌드의 변화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무슨 말인고 하니... 2016년에도 보였던 것들이 조금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그런 느낌...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 정도의 모습으로 존재할 듯한... 그러다보니 키워드를 만들기 위해 조금은 뻥튀기한... 뭐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는 거다. 2016년과 2017년의 트렌드가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지 싶다. 또한 _아마도 책이 저술되는 시간적 불일치 때문이었겠지만_ 탄핵정국의 과정에서 야기된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그 생채기는 무시할 수 없는 변혁의 물결로 나타날 것이리라.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수준의 대중적 트렌드 추적을 해마다 지속할 수 있는 연구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할만한 책이다. 왠지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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