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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재(小笑齋) 주인장
  •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 양성원.김민형
  • 16,920원 (10%940)
  • 2024-06-20
  • : 1,207
이 책을 매우 꼼꼼하게 읽었다. 처음엔 그럴 마음 조금도 없이 대담집이니 슬렁슬렁 보려고 점심짬에 넘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속속 나오면서 빠져들어 형광펜을 잡기 시작했다. (나는 왠만하면 책에 거의 펜을 대지 않는 편이다)

첼리스트 양성원 님과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대담집이다. 읽으면서 나에게 있어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클래식은 바흐부터 18,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까지- 아마도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정도-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부분은 논외로 하자) 작곡가들이 복잡한 음표 가득한 여러 형태의 곡을 쓴다. 과거에 갇혀있으니 곡 수로 세어보면 뭐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다. 똑같은 곡(악보)을 가지고 연주자들을 통해 음악이 실행(!) 되고, 대중은 그 과정을 통해 음악을 듣게 된다.

클래식이 신기한 것은, 같은 곡인데 연주자 마다 연주할 때마다 음악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데-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이 장르의 묘미가 있다. 그래서 클래식에는 작곡가 분류와 연주자 분류가 쫘악 펼쳐져 마구마구 연결되어 있다. 암튼 우리는 연주자의 연주를 연주회장에 가서 들을 수도 있고, 레코딩으로 앱으로 유튜브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연주회에 가면 악기 실제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연주자가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음량의 크기를 이리 저리 조절하며 음률과 음색을 만들어 준다. 신기한 경험이다. 조금만 들어봐도 ˝아! 실제 소리는 이렇구나˝하고 알게된다. 그간 들어본 건 다 뭐지?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다 싶다. 근데 좋은 스피커로 소리 크게해서 들어보면 이건 또 신세계다. ˝실제보다 더 좋은데?˝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그래서 이 두 쪽이 다 나름 의미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튜브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연주들을 검색해서 들어볼 수 있겠나 생각해보면, 유튜브와 앱에 감사해서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내가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감정과 이 즐거움은 뭔가 생각해봤다. 연주자 발끝도 못따라 가지만 내 스스로가 악보를 더듬으며 손가락을 움직여서 피아노를 통해 소리가 나고 음악이 되어갈 때... 이건 또 다른 희열이다. 미스터치도 많고 내가 원하는 그 소리가 안나와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바로 내가(!) 이 곡을 치고 있다는 것, 이 곡에 다가가서 작곡자의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 듣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연주를 해보는 건 사랑하는 대상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와~ 내가 썼지만 엄청 에로틱한 표현이네)

이 나이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 첫사랑의 설레임 같은 걸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 배신당할 일도 없고 속끓일 필요도 없는 아주 괜찮은 존재를 만난 것. 음악이 내게 주는 새로운 행복이다.

#클래식음악에대한나의헌사
#내일음악이사라진다면
#양성원
#김민형
#무슨책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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