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단 한 사람
겨울 2025/01/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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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한 사람
- 최진영
- 13,500원 (10%↓
750) - 2023-09-30
: 32,999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새는 섬 곳곳을 날아다니며 작은 열매를 먹었다. 새의 몸을 통과하고도 파괴되지 않은 씨앗은 흙 위에 떨어졌다. 씨앗은 파묻혔고 수많은 동물이 그 흙을 밟았다. 다람쥐처럼 작은 동물은 씨앗을 모아 곳곳에 숨겼다. 숨겨둔 씨앗을 까맣게 잊고 거듭 숨겼다. 그중 어떤 씨앗은 움텄다. 새싹이 올라왔다. 새싹 근처에는 새싹이 많았다. 동물은 새싹을 밟았다. 새싹은 죽지 않았다. 새싹은 흙과 비와 태양으로부터 스스로 양분을 구하며 수십 년 동안 뿌리와 줄기를 만들었다. 새싹은 어린 나무가 되었다. 9p-
나무를 좋아하지만 나무에 대하여 깊이있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냥 거기에 있기에 바라보고 지나가고 이파리를 모으거나 가지를 잘랐을 뿐이다. 오늘도 대추나무와 감나무의 가지를 잘랐다. 너무 키가 크다는 이유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잔가지 굵은 가지를 순식간에 잘랐다. 어떤 설명도 양해도 없이 무자비하게. 마치 이 모든 노동의 이유가 나무 탓인냥 그렇게 뭉툭한 모양새로 잘라진 나무의 굵은 기둥을 보면서 처음으로 죄책감을 가졌다. 넓은 세상에 심어졌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까. 다른 하늘 아래였다면 멋진 새둥지도 이고 지고 맘껏 키를 세우고 높이 날아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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