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선물하려고 이것저것 펼쳐보다 이 시집도 보게 되었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이제는 쓸모없어졌고, 시집은 어디 가지 않고 내 책상에 놓여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라는 제목이 꼭 내가 얼마 전에 보냈던 시간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살다보면 어떤 순간들이 있다.
여행을 가서 돌멩이를 줍는, TV를 보며 추임새를 넣는, 생강을 고르며 말장난이 생각나는 그런 순간들. 이런 순간에서 시를 찾아내는 시인의 눈은 시집을 고르던 내 눈처럼 쉴 새 없이 깜빡였을 테다.
이 시집은 부유하는 먼지처럼 끊임없이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시라고 보여주는데 그게 좋다. 대단하진 않아도 가끔은 멋진 하루를 보내는 우리처럼, 시인은 그렇게 일상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을 테다.
시집의 제목처럼 내 순간들이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그런 때가 있었지 생각나면서도 아쉽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순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