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어떻게 시를 쓸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다 시인이 됐는지, 왜 시를 쓰는지도 궁금했지만 왠지 간호사가 되고 은행원이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시인과 간호사와 은행원 모두 내게 자신들의 직업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은행원은 약간 뽐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서 시를 쓴다는 사람을 만나도 왜 쓰냐고 묻지는 않았다. 다만 어떻게 쓰냐고 물어봤다.
답변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저 들릴 뿐이었다. 항상 모호한 답변이었고, 더 캐묻는 것은 실례였다(이미 했지만 더 하기 전에 그만둬야 했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는 시창작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를 쓰는 준비과정이 이런 것이겠다고 느꼈다. 내가 시인과 간호사와 은행원을 나름의 이해로 받아들인 것처럼 시쓰기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여기(KOREA)에 살면서 애록(AEROK)에 산다는 김혜순 시인의 글들, 뒤집어서 관찰하고 생각하고 발견하는 글들을 보자. 시가 되기 전의 것, 시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고개를 꺾어서 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