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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re sa vie
"깨끗한 시냇물 속 돌 같은데 붙어 살아요. 그다지 귀여운 편이 아니니까 주목을 받을 필요도 없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요. 게다가 잘라도 재생이 가능하다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잖아요? 섹스 같은거 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 놔두면 자라서 두마리로 나눠진다는 것도 심플하고요."
(플라나리아)
-53쪽
어린 시절부터 30대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 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네이키드)-132쪽
넘어져 피가 나도록 다치고서도 이윽고 그 상처가 아물면 다시 일어서야 하는게 인간이었다. 그것이 싫었다. 어느샌가 몸도 마음도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는, 그 놀라운 회복력이라른게 아유도 없이 지긋지긋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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