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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 랄라출판사의 랄랄라
  • 하랑
  • 16,650원 (10%180)
  • 2026-01-30
  • : 1,625

 




랄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덮고 사무실을 나왔다.

파란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재채기처럼 익숙한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랄랄라…”

– 랄라 출판사의 랄랄라

 

랄랄라.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의 주문 같다.

 

사람 이름이자 출판사 이름인 랄라. 랄랄라.

제목이 근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했고, 솔직히 부러웠다.

그만큼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제목이다.

 

첫 작품이 영화 속 작가들의 책쓰기에 대한 말을 담은 에세이였던 하랑님의 첫 소설이라,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전작에서 받은 인상에 비추어 하랑님의 글쓰기는

적절한 예시를 대입하며 군더더기 없이 본질을 충실히 전달하는 글이었다.

이런 작가가 소설을 쓰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자연스레 기대가 생겼다.

 

영화를 예시로 글을 쓰려면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

하랑님이 영화를 많이 보셔서일까.

<랄라 출판사의 랄랄라>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느 한 구석 지루하지 않고,

군더더기는 없지만 디테일은 모조리 뇌리에 남는다.

 

랄라가 친구와 점을 보러 가는 첫 장면부터 좋았다.

주의를 단번에 끌면서, 재미있게 잘 읽히리란 예감이 왔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독자층을 가리지 않는 보편성이 느껴졌다.

 

다 읽고 나니 하랑님은

장면과 굴곡을 아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그럴듯하게 엮어내는,

마치 시나리오 작가 같은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더 가고,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틀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의 글이다.

몇 편으로 이루어진 미니 시리즈를 본 것 같기도 했다.

 




황혼이 깃드는 낡은 마을 골목.

하염없이 떨어지는 가을 낙엽 위를 팔 벌린 채 사뿐사뿐 걷는 랄라.

따스하게 불 켜진 출판사의(서점이라고 착각하는 이도 적지 않은) 지붕 위에는

삼색 고양이(일본에서는 복고양이로 통하는)가

즐거운 점괘처럼 얹혀 있다.

출판사 앞에는 누구나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불편한편의점 의 그림 작가분이 작업하셨다는데,

책을 들 때마다 눈이 가고 기분이 좋아졌다.

포근하고 행복해졌다.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오렌지색 면지도 참 잘 어울린다.

 

이 작품 속 랄라는 점쟁이의 말대로 귀인을 만나

그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대박을 친다.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대박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무모하다시피 한 선택으로 이야기가 생겨나고,

그 이야기가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것’,

‘그 이야기가 인간적이고 즐거운 것’만으로도

이미 인생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묻고 있다.

첫째. 책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까?

 

내 영혼이 피폐했던 어느 시절,

어떤 위대한 고전보다 나를 급속충전시켜준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였다.

그 희망적인 실제 기적들의 이야기가

내 안의 온기를 다시 점화해주었다.

‘당장 내게 일어나지 않아도

이 삶 속에는 뭔가가 있구나’ 하는 감각을.

 

책이라는 물체는 나무로 만들어져서인지

묘한 점화력이 있다.

땔감이 되어 따뜻함을 주고,

삶을 요리할 수 있는 화력이 되어준다.

 

둘째. 나의 인생책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지금의 시대는 흐름이 너무 빨라

무언가로 성공하는 일이 반드시 실력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

랄라가 예언대로 잘 된 데에는

운이 컸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선의지와 노력이 반드시 통한다고 말하기엔

이 시대는 이미 너무 많은 예외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책의 위로가 여전히 유효하며 더 필요한지도.

 

밖으로 대박을 터뜨려도 나락은 한순간이고,

계속 잘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욕망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잘 되면서도 불행할 수 있다.

그러니 무언가를 성취해서 행복해지겠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인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겨나는 골목에 피어나는 것.

나는 숨 쉬고, 뇌를 쓰고, 움직일 수 있는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행복이라 느낀다.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불나방 같은 욕망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계속 바라보며 살고 싶다.

무언가를 이루고, 무언가가 되려고 애쓰기보다

행하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행하는

놀이 같은 삶이 내 삶이기를 바란다.

 

그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 중 하나가 책이라고 믿는다.

책 속에서 랄라가 말하듯.

 

“릴라 씨는 책이 주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책은… 음… 뭐랄까, 일방적이지 않은 친구 같아요.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처럼

든든한 위로가 되거든요.

저한테는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끝 페이지, 작가님의 한 줄 기원처럼.

 

‘당신도 책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랄라출판사의랄랄라 #하랑 #책에서찾은희망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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