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p249)
2447명. 2018년에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채 발견된 사람들의 숫자다. 사는 과정도 사무치게 외로웠지만 죽어서도 고립된 채 뒤늦게 발견된 이들. 삶은 고통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지만, 고독사로 죽은 자들에게는 죽음보다 삶이 더 큰 고통이었을 것 같다는 무례한 생각이 든다.
김완 작가는 이렇게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특수청소부’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김완 작가는 이 일을 하기 전에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죽은 자의 집 청소>에는 작가로서의 따뜻한 시선과 감수성이 특수청소업을 만나 탄생되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특별함을 논리적이고 깔끔하게 글로 구성하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일목요연하게 글을 쓰는 재주가 부족해 일단 나열해보기로 했다.
1. 작가는 고독사한 자들을 함부로 동정하지 않는다. 사실 홀로 쓸쓸히 죽어간 사람들을 바라볼때, 대부분 안타까운 시선이 동반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시선에서 과감히 벗어난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누구도 남에게 쉽게 동정받고 싶지 않을테니까. 그런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작가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그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그들의 인생에 남아있던 열정, 사랑, 취향, 근면함을 조명한다. 작가의 이러한 시선은 홀로 죽은 사람들을 마지막까지 위로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 언급되는 내용처럼,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김완 작가 또한 일상적으로 죽음을 가까이 접하는 사람이기에, 글에서 삶에 대한 초연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삶을 덮쳐오는 가난과 밥벌이의 힘겨움에 고통스러워도,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는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내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련이 찾아왔을 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죽음을 생각하며 초연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겠다.
3. 자살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나? 김완 작가는 자살시도를 하려던 사람을 저지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대목에서 나 또한 생각이 깊어졌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속사정과 마음은 타인이 재단할 수도, 쉽게 판단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생명은 소중하다’는 상투적인 말 하나로,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려는 이들을 제지하는 것이 정말로 그 사람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보았다. 자살을 막는 선택은 그를 위한 것일까, 혹은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것일까?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쉽게 못 내리겠다...
4.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혼자 죽는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이 혼자 죽어갈 때, 국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그들의 죽음조차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국가의 역할은 이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 사실 나도 이렇게 막연한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한다는 걸 알아서 답답하다. 누구든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무엇보다 국가의 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복지 강국이 될 때까지 나는 투표권을 열심히 행사할 것이다.
5. 무심하고 차가운 도시 속에서 죽어가는 고양이들아 미안해... 그리고 그 사체를 거두어주시는 작가님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너희들이 죽어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 또한 너무 무책임하고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말인줄 알지만, 남은 고양이들에게라도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