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 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그것은 철학에 대한 경험의 승리다. - 새로운 과학과 낡은 과학의 차이를 나타낸 것은 경험이었다.” (p779)
<과학이라는 발명>은 16,17세기에 어떻게 ‘과학’이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알려주는 매우 방대한 책이다. 데이비드 우튼은 과학혁명이 1572년 브라헤의 신성 발견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후 16,17세기에 걸쳐 현상에 대한 ‘발견’이 발명되고, 수학화가 일어났으며, 가설을 세운 후 실험을 통해 이론을 정립하고, 법칙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과학혁명’이 완성된다. <과학이라는 발명>을 통해 데이비드 우튼은 매우 방대하고 해박한 역사적, 과학적 지식을 통해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고, 그 틀을 다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사실 책이 매우 두껍기도 했고, 철학적 논쟁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읽는데 꽤 힘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매일같이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는 해부학, 생화학, 조직학, 생리학같은 학문의 탄생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벽돌같은 책을 읽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은 보너스다!) 그리고 한의대생으로서 한의학과 과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앞서 발췌한 문장처럼, 근대를 걸처 과학이 철학을 이길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경험과 새로운 정보의 유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한의학은 더 이상 고서와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다. 한의학적 치료의 유효성에 대한 실험을 설계하고, 측정하며, 결론을 내린다. 경혈의 존재를 인체에 흐르는 생체전기로 증명해내고, 침술의 효과를 다른 대조군과 비교해 입증한다. 이처럼 현대한의학이 진정한 의학의 한 분야로 성장하고 남기 위해서는 철학의 영역에서 탈피해, 측정과 반복이 가능한 데이터와 경험을 계속해서 편입시켜야 한다. 나 또한 맹목적인 믿음 하나만으로 치료를 하고 싶지 않다. 현대한의학의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의학논문을 읽고 연구하며 임상적 데이터를 끊임없이 축척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