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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4868911님의 서재
  • 선택된 자연
  • 김우재
  • 13,320원 (10%740)
  • 2020-02-25
  • : 539
정말 잘 쓴 글을 읽으면 감탄하는 동시에 곧바로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작가를 향해 눈을 흘기는 버릇이 있다. 내가 갖지 못한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질투를 소심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선택된 자연>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저자 소개란으로 돌아와 눈을 흘겼는지 모르겠다.

<선택된 자연>에서 초파리 유전학자 ‘이우재’는 생물학 연구의 대표적인 ‘모델생물’ 26종과 관련된 과학자와 과학사를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모델 생물에 대한 지식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모델 생물이 선택된 역사적인 이유와 관련된 과학자의 이론, 과학계의 흐름, 추가적인 생물학적 지식을 유기적으로 서술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작가가 생물학적 지식을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 황우석 박사의 표절 사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일벼, 과학 연구가 거대 자본에 종속되는 문제 등을 모델 생물과 연관지어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과학은 결국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단호하게 보여준다. 과학은 과학적 지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도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이슈에 악용될 수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다.

작가는 <선택된 자연>의 끄트머리에서 ‘과학이 가지는 사회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과학의 사회적 특성을 이해할 때, 과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도 알 수 있다. 과학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작가는 이를 ‘과학적 인본주의 (scientific humanism)’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과학적 인본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사회적인 논의가 있을 때,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정량적인 수치를 제공해 인문학과 철학의 한계를 보완하는 책임이 바로 과학에 있다. 또한, 과학은 시민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지식과 비판적 정신을 제공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채, 오로지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만 충족하는 과학은 지양해야 한다.

오랜만에 정말 잘 쓰여진 과학책을 만난 것 같다. 생물학 연구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그 연구가 어떻게 사회와 상호작용을 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선택된 자연>을 읽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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