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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 장석주
  • 13,050원 (10%720)
  • 2017-04-05
  • : 1,937



봄이 왔다. 
온기로 인해 몸은 가벼워지고 생명의 움직임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딘가 앉아 한가로이 따스함을 즐기고 싶은 계절. 
이런 봄과 닮은 책,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다양한 소제목의 ̧은 산문이 엮인 이 책은 장석주 시인의 일상과 생각을 담고 있다. 
'돌아본다, 걸어본다, 헤아린다, 쉬어간다, 기억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와 어울리는 다섯가지의 색이 소제목과 함께 한다. 
달 책의 구성은 언제나 예쁘다. 
표지 디자인 또한 글과 잘 어울리는, 봄을 담은 표지.

독서광이자 다작을 하는 작가인 장석주 시인의 문장은 유려하다. 
연륜있는 문인답게 다양한 고유어와 한자어를 사용해 문장을 구성해서 중간중간 사전을 검색해가며 읽기도 했다. 
풍부한 어휘 덕에 생동감있는 문장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또한 모든 산문이 다른 작가나 예술가의 말에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글이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과 생각이 뒷받침된 이야기 덕분에 흥미로운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예술가들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 3부 '헤아린다'에서 언급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다 말고 구체적으로 찾아보기도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이 만나고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 바로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정보의 조각이 맞춰질 때는 정말 신난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에는 정말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곤 했다. 
책을 읽다 좋은 대목이 나오면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놓는데 거의 두 페이지 넘길 때마다 사진을 찍곤 했다.
개인적으로 1부인 '돌아본다'에서 유난히 카메라를 자주 들었다. 

"저녁 황혼이 펼쳐진 하늘 아래 거리 한복판으로 트램이 종을 울리며 지나가고, 거리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찰나, 헬싱키 대성당의 금빛으로 채색된 둥근 돔에 한줄기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어요. 이 황금빛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붙잡아둘 수 없어서 슬프고 덧없겠죠? 이 한 번뿐인 여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여름은 곧 끝나겠죠. 그러나 늦여름 며칠을 북유럽의 한 도시에서 보낸 행복한 기억은 쉬이 잊을 수 없겠죠. 간혹 사는 게 재미없어질 때 이 풍경들에 대한 기억이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P24. '풍경에 대하여' 중에서
시인은 큰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었던 스스로의 인생을 회고하기도 하고, 여행의 아름다움을 찬사하고, 노자의 말을 빌려 무위의 삶에 대해 말한다. 인생의 오후에 접어든 삶을 고찰하며 풀어놓는 이야기로 인해 읽는 이는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진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먼저 인생을 살아 본 선배로서 '무조건 내 말을 들어라'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된 조언같은 느낌이었다. 현 시대를 올바르게 꿰뚫고 있는 어른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한마디를 읽는 기분이었다. 

책을 마무리하는 '작별인사에 대하여'로 마지막까지 울림을 주는 책. 

시간을 내어 천천히 한 문장씩 곱씹으며 다시 읽고 싶은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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